詩--詩한

밤비 / 김광균

푸른하늘sky 2017. 12. 25. 17:20


 
 
 
밤비 / 김광균


어두운 장막 너머 빗소리가 슬픈 밤은
초록빛 우산을 받고 거리로 나갈까요

나즉히 물결치는 밤비 속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포도(鋪道)를 가면
바람에 지는 진달래같이
자취도 없는 고운 꿈을 뿌리고
눈부신 은실이 흩어집니다

조각난 달빛같이 흐득여 울며
스산―한 심사 위에 스치는 비는
사라진 정열의 그윽―한 입김이기에

낯설은 흰 장갑에 푸른 장미를 고이 바치며
초라한 가등(街燈) 아래 홀로 거닐면
이마에 서리는 해맑은 빗발 속엔
담홍빛 꽃다발이 송이송이 흩어지고
빗소리는 다시 수 없는 추억의 날개가 되어
내 가슴 위에 차단―한 화분(花粉)을 뿌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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