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삶은 감자 /안 도 현

푸른하늘sky 2017. 12. 17. 14:10
비 오는 날, 포슬포슬 삶은 감자와 쫄깃쫄깃 감자전

삶은 감자 /안 도 현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내주고, 김치가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처럼 덮어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 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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