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言情談

꽃은 왜 피고 왜 예쁠까?

푸른하늘sky 2021. 5. 15. 08:39

 

 

꽃이 피는 이유를 아시나요?

마종기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고 합니다.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 마종기, 〈꽃의 이유〉

 

시인에게 꽃이 피고 지는 이유는 사랑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이 시에 얽힌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인의 이십대 어느 봄날,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가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날의 사건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갑자기 당신의 배경에서 한 그루의 꽃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나무가 조금씩 떨면서

봄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무가 꽃을 바쁘게 피워가며 아주 작게 떨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떨기도 하는구나, 하고 경이에 차서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떨림만 보고 있었습니다.

 

- 마종기,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중에서

 

나무가 조금씩 떨었던 이유도, 가슴이 조금씩 떨렸던 이유도 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무는 그 태생적 한계로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뿌리가 깊숙이 박힌 이곳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내 마음대로

내디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예쁜 것을 오랫동안 준비해서 온 힘을 다해 표현합니다.

이처럼 애를 쓰는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지요.

나름대로 전략도 치밀합니다. 어떤 꽃은 눈이 어두운 벌과 나비, 새가 금방 찾아낼 수 있도록 화려한 색과 달콤한 향기로 피고, 어떤 꽃은 곤충이나 새를 유혹하는 대신 꽃가루를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바람에 꽃가루를 부탁하는 나무들은 대개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피는데, 잎을 달고 있으면 바람이 꽃가루를 옮겨가는 길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꽃이 피는 이유입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그러나 정작 꽃을 보며 예쁘다, 곱다, 아름답다 찬사를 보내는 것은 벌도 나비도 새도 아닌 사람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꽃이 봄에만 피는 줄 알지만 아주 추운 한겨울을 빼고는 땅에, 나무에 꽃이 피지요.

봄, 여름, 가을…… 시냇물처럼 하루가 흘러가고 강물처럼 한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서로 다른 종류의 꽃들이

피고 지고, 지고 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인생의 즐거움이자 위로이며 힘입니다.

단순히 외모만 예뻐서는 줄 수 없는 심리 치료인 것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뭔가요? 꽃잎이 크고 빛깔이 진하고 향기가 많이나면, 그러면 아름다운 건가요?”
“그런 것은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럼 진짜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아름다움이란 꽃이 어떤 모양으로 피었는가가 아니야. 진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에게 좋은 뜻을 보여주고

그 뜻이 상대의 마음속에 더 좋은 뜻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생기는 빛남이야.”

- 정채봉, 《제비꽃》 중에서

 

이것이 꽃이 예쁜 이유,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꽃을 보면서 나쁜생각,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꽃을 보는 동안 환해지는 얼굴과 온기 도는 마음이 꽃을 예쁘게 합니다.

세상에 홀로 예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꽃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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