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고추 - 조춘희
캄캄한 항아리에 갇혀 살다
도마 위에 드러난 속살
몇 개 꼭지 떼고 짓이겨 봐도
들큰한 물만 내 비칠 뿐
독기 어린 눈이 고요해졌다
하찮은 일에도 예민했고
상처받기 일쑤
눈물 마를 날 없었다
휘장처럼 둘러진 항아리 속 어둠에
눈, 코, 입 틀어막고
펄펄 뛰던 성깔
돌덩이 하나 가슴에 얹어 지그시
분 삭혀낸 고추
꽃그늘 속
뻐꾸기 환하게 울었다
Mother Of Mine /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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