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내부로 들어가면 문은 더 다양해진다. 사대부집에서 격식을 갖추어 창호를 설치할 때는 제일 바깥쪽부터 두짝 띠살여닫이창-미닫이망사창-미닫이창-흑창-두겁닫이로 구성하였다. 여러 겹의 나무를 최소한의 문틀 위에 배치하려면 최대한 양질의 나무로 얇게 켜서 사용할 수밖에 없어 창호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사창 혹은 망사창은 창을 짜고 창호지를 바르는 대신에 견직물인 사(紗)를 대어 공기는 통하면서 모기나 파리 등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여름용 창이다. 쓰지 않을 때는 떼내어 벽장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이 오기 전 꺼내 준비한다. 아무리 작은 한옥이라도 문이 100짝이 넘는 것이 보통이고, 또 계절창호인지라 사창은 설계시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상 여름이 닥치면 새시제품을 다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한옥의 멋은 살리면서 기능을 충족시키는 창호재를 연구하는 것이 한옥의 현대화를 위한 주요과제이기도 하다.
미닫이의 살은 평범한 用자에서 亞자, 卍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리가 사용되면서 살 구성의 일부분에 유리를 끼워 문을 닫고도 바깥 동정을 살필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맹장지를 여러 겹 발라 햇빛을 차단하는 흑창까지 단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문틀까지 포함하여 한지를 발라 외풍과 빛을 차단하고 대개는 두겁닫이창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두겁닫이에는 그림과 글씨 등을 그린 종이를 붙여 장식하기도 한다.
장지문은 여러 칸으로 된 방의 중간에 설치하여 때에 따라 공간을 구획하여 따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문이다. 가로문틀이 천장과 바닥에 설치되고 세로틀은 기둥에 덧대며 방바닥의 문틀은 분리되기도 한다. 안고지기문은 장지문보다 더 발달된 것으로, 두 짝의 문 가운데 하나를 다른 하나에 밀어붙이고 밀어붙인 쪽의 문틀 일부를 문과 함께 열도록 만든, 미닫이와 여닫이의 복합체이다. 방과 방 사이에 달아 큰상이 드나들 때나 공간을 확장하기 좋게 고안되었다.
장지문
장지문은 분합문과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데, 공간을 분리하는 것은 같지만 주로 미닫이로 구성된다. 때로는 문을 떼어 옆에 세워두고 시원하게 여름을 나기도 한다.
대청으로 통하는 방문
대청으로 통하는 방문은 네 짝이 기본이고 간 사이에 따라 문의 개수가 달라진다. 이 문을 접어서 위로 올리면 개인공간에서 공용공간으로, 방의 용도가 바뀌게 된다.
방과 대청 사이는 간사이에 따라, 형태와 기능에 따라 4분합문이나 6분합문 등으로 나눈다. 이 문들을 양쪽으로 접어 들어올려 등자쇠에 걸어두면 방과 대청이 하나의 공간이 된다. 또 문의 중간에 사각이나 팔각의 문울거미를 짜고 나머지는 맹장지를 발라 놓은 문을 불발기창이라 한다.
분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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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창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지다. 우리의 한지는 닥나무를 재료로 수많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특히 채광과 환기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 비 오는 날에는 후줄근하다가 볕이 좋으면 짱짱해져 습도 조절에 월등하다. 뿐만 아니라 바르는 한지의 겹수에 따라 채광조절도 가능하다.
창호지를 바를 때는 평활한 면이 문살에 붙게 되는데 한옥은 온기 보호에, 일본집은 습기 방지에 각각 주안점을 둔다. 한옥은 살대가 바깥 면으로 노출되는 반면 일본집은 안쪽에 노출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지는 현대의 한옥 관리에 있어 문제시되기도 한다. 봄·가을로 창호지를 새로 발라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조망에 불편함을 끼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더러는 부직포나 아크릴을 붙이거나 유리를 끼우기도 하는데 건축주의 사용행태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문제이다. 덧창은 한지를 바르고 내부 미닫이는 간단한 살대에 유리를 끼우면 한옥의 맛과 관리, 조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전통한지보다 값싼 중국산이나 동남아산이 더 구하기 쉬워 놀랄 때가 많다. 다른 전통공예와 마찬가지로 건축과 그 자재 역시 전통방법을 고수하기가 고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건강한 건축재료를 사용할 때 전통재료도 안정되게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한옥 공간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방의 앞뒷문을 열어젖히면 연속된 공간까지 시선이 관통된다. | 외부창호는 네짝여닫이문으로 툇마루를 보호하고 방문은 이중으로 구성하여 기밀성을 높였다. 마주보이는 卍자살문을 열면 바로 대청이다. |
창호 (한옥 전통에서 현대로(한옥의 구성요소), 2008.8.7, 주택문화사)ㅣ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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