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신현림
그해 책이 가득 든 가방이 있었고
낙서판 같은 탁자마다 술이 넘쳐 흘렀네
괜찮은 사내며 계집이며
가까울수록 잃을까 불안한 심정이며
시대가 혼란스럽고 취직이 힘들수록
쟁기처럼 단단해져야 할 마음이며
‘아침이슬’과 미칠 듯이 파고드는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를 들으며 몸 저리게 서러웠네
세월의 징검돌을 밟고
그들은 내 곁을 스쳐 갔네
다시 칠 년 다시
소독약보다 지독한 시간이여
청춘의 횃불이 꺼져 간다
괴로워야 할 치욕도 상처의 저수지도 잊어 가고
우리의 숙명인 열정도 식어 간다
근근이 살아가는 고달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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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허기져 삽살개를 찹쌀개로 헛발음하고
시계 사준다는 말이 시체 사준다는 말로 들리고
혼자가 싫어 드라큐라라도 함께 있고픈 주말
사나운 날씨를 못 견뎌 헤매는 오후 네 시
울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Moment of Fantasy - Ban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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