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 장석남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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