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애기나리 - 김승기

푸른하늘sky 2019. 5. 14. 18:53

애기나리


애기나리 - 김승기


몸을 낮추면 보인다
아무리 키 작은 조그마한 풀꽃이라도
엎드리면 보인다, 다 보인다


봄이라며 많은 꽃들 여기저기서 피어올라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애기나리꽃이
가까이 아주 가까이, 맑은 시냇물 흐른다는
청계산 산길에서 지천이다


쭉쭉 키를 세우며 솟아오르는 나무들이
신록으로 물빛 더할 때 찾아가면
숲속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몸으로
온산을 뒤덮는 하얀 꽃들


반가워도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수줍어 발밑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가도
오오, 이름 불러주면 꽃잎 팔짝 치켜드는 얼굴
해맑은 웃음이 뚝뚝 떨어진다


몸을 낮춘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
사랑은 허리 굽히며 엎드려야 된다는 거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는 애기나리꽃
어디에 숨어 피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자주 보아 주고 자주 이름 불러줘야 하느니


그러나 빠르게 치닫는 사랑이 아니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금은 게으르게, 느린 발걸음으로
오래 허리 굽히고 엎드려야 하느니
그래야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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