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言情談

숲의 옷, 으름덩굴

푸른하늘sky 2019. 5. 2. 14:10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숲의 변화가 꽃만큼이나 눈부신 요즘이다.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허룩해지던 벚나무를 지켜보던 안타까움도 잠시, 숲은 꽃 진 자리를 밀도 있게 초록으로 물들이며 의연하게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펼쳐 보이며 생기 넘치는 숲을 지켜보는 것도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각별한 즐거움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초록 일색인 듯해도 가까이 다가가면 숲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임의(林衣)'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숲의 옷'이란 뜻인데, 숲의 초입에 자라는 싸리나무나 칡넝쿨 같은, 나무라고 칭하기엔 변변치 않은 잡목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 잡목들이 숲으로 불어오는 비바람 눈보라를 막아주는 덕분에 숲속의 키 큰 나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것처럼 이 나무 같지 않은 나무들이 있어 '숲의 옷'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덕분에 우리는 자연의 파노라마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숲의 옷, 으름덩굴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봄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으름덩굴도 대표적인 임의(林衣) 중 하나다. 으름덩굴은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다. 산과 들, 계곡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산길로 접어들면 나무들을 휘감고 올라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시인은 봄의 끝자락을 일러 춘미(春尾)라고 했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운 봄의 끝자락, 햇살을 피해 숲 그늘을 찾았다면 부디 주변을 찬찬히 살펴 으름덩굴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으름덩굴 어딘가에 올망졸망 피어 있는 어여쁜 보랏빛 꽃송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으름덩굴 꽃은 한 덩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숲의 옷, 으름덩굴


4∼5월에 자줏빛을 띤 연한 갈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잎은 없고 3개의 꽃받침조각이 꽃잎처럼 보인다. 수꽃은 암꽃보다 작고 6개의 수술과 암꽃의 흔적이 있으며, 암꽃은 크고 3∼6개의 심피가 있다.  

으름은 이 덩굴의 열매를 가리키는데 그 생김새가 바나나와 흡사하여 한국산 바나나로 불리기도 한다. 으름열매는 여름엔 녹색을 띠다가 가을이 되어 익으면서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겉껍질이 벌어지며 흰 과육이 드러난다. 달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흠이라면 과육 속에 박힌 씨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숲의 옷, 으름덩굴


으름덩굴은 으름 열매가 아니라도 가지에 매달려 초록 그늘을 드리우는 잎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잎은 묵은 가지에서는 무리지어 나고 새 가지에서는 어긋나는데 타원형의 작고 매끈한 다섯 장의 잎이 또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리며 펼쳐져 한결 운치가 있다.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꽃과 잎, 열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정원수가 으름덩굴이다.

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소염·이뇨·진통제로 이용했으며 민간에서는 봄에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무쳐먹거나 잎을 쪄 말려 덖어서 차로 달여 마시기도 했을 만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게 으름덩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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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옷, 으름덩굴



숲속의 나무 하면 우리는 으레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키 큰 나무들을 먼저 떠올리지만 숲속엔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산다. 사람 사는 세상도 숲속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 속 많은 위인과 영웅들의 이름이 빛날 수 있는 것은 '숲의 옷'이 되어주는 으름덩굴이나 싸리나무처럼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수많은 민초들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출처:http://www.g-enews.com/view.php?ud=201904290908284820e8b8a793f7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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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익어가는 시기, 열매가 맛있는 으름덩굴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0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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