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華角)이란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을 말하며, 이러한 화각을 이용해서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을 화각장이라 한다. 화각공예는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까다로워,
생산이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화각은 특수 귀족층들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으로
이용되었고, 일반대중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 공예품이다.
화각공예는 속이 비고 투명도가 높은 황소 뿔을 삶아 압력을 가하여 종잇장처럼 얇게 펴서
갈아낸 다음, 투명한 부분의 뒤쪽에 단청안료로 갖가지 무늬나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여,
나무 등으로 만든 각종 기물에 붙이고 기물의 안쪽과 뼈대 등 화각 이외의 여백은 옻칠을 하여 마감한다.
화각에 넣는 무늬는 십장생을 비롯하여 전통 그림, 무속도, 민속풍경 등 다양하다. 화각공예품으로는
장·농·사방탁자·문갑과 같은 가구류와 작은 패물함, 경대, 붓통, 화약통, 바느질자, 경상(經床), 연상(硯床),
반짇고리, 부채, 붓대 등이 있다.
화각공예는 우리나라 전통공예지만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대략 신라시대부터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주재료인 소뿔은 주로 3∼5년생 한우 황소 뿔을 사용한다. 황소 뿔은 속이 비고 투명도가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화각은 황소 뿔을 5㎝정도를 자른 뒤 다시 세로로 갈라 통 속에 넣고 삶는다. 그 다음 프레스로 눌러 식히면 납작한
모양이 되는데, 이것을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자르고 얇게 갈아내면 유리판처럼 투명한 재질이 나온다.
투명한 부분의 뒷면에 단청물감을 이용해 색을 넣고 십장생, 미인도를 비롯한 전통회화, 민속풍경 등을 그려 넣는다.
이렇게 만든 화각을 붙이거나 연결하여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 공정이 복잡하고 섬세해 대작은 1년까지 걸려
그 만큼 장인의 끈기와 기술이 요구되는 공예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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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화각십장생문함’.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