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遠益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푸른하늘sky 2019. 3. 1. 22:58


<부신초동도(負薪樵童圖)>


樵歸雪嶽山腰路, 人語燈深樹裡村.

눈 내린 산허리 길로 나무꾼이 돌아오는데, 

숲속마을에서 희미한 등불 아래 

사람 소리가 들린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紙窓土壁 終身布衣 嘯詠其中

흙벽에 종이창 내고, 

평생 벼슬하지 아니하고, 

시가(詩歌)나 읊으며 살아가리라.

 







<관산탁족도(觀山濯足圖)>


座茂樹而終日, 濯淸泉而自潔. 丹邱.

짙은 나무 밑에 앉아 해가 지고, 

맑은 샘물에 씻어 스스로 깨끗하네. 


- 김홍도 그리다.









<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


落花流水閒啼鳴 一事無于陸地仙

떨어진 꽃잎은 물위에 흐르고

한가로운 새는 울며 지저귀는데

아무 일도 없는 육지의 신선이네










<죽리탄금도(竹裏彈琴圖)>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檀園.

그윽한 대숲에 나 홀로 앉아, 

거문고 타다가 휘파람 길게 불어본다. 

숲이 깊으니 사람들이 모르지만, 

밝은 달이 비추어 주네. - 단원 




<단원도(檀園圖)>


錦城東畔歇蹇驢, 三尺玄琴識面初

白雪陽春彈一曲, 碧天寥廓海天虛.

檀園居士好風儀, 澹拙其人偉且奇

誰敎白首山南客, 拍酒衝琴作許癡.

금성동편에 절뚝이는 노새를 쉬게 하고, 

석자 거문고로 처음 만남 노래하네.

잔설 남은 따사로운 봄날 한곡 뜯으니, 

푸른 하늘 고요해 하늘과 바다 텅 빈 듯하네.

단원거사는 풍채가 좋고 자세가 바르며, 

졸담 강희언 그 사람은 장대하고 기이했네.

누가 백발의 늙은이 산 남쪽으로 이끌어,

술잔 부딪히고 거문고 타 미치게 만들었나. 


▷정란(鄭瀾)이 화제를 씀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佳人花底簧千舌, 韻士樽前柑一雙, 

歷亂金梭楊柳岸, 惹烟和雨織春江.

碁聲流水古松舘道人 李文郁證 檀園寫.

어여쁜 여인이 꽃 아래에서 

천 가지 가락으로 생황을 부나, 

시 짓는 선비 술상 위에 

귤 한 쌍 올려놓았나. 

어지러이 황금빛 베틀 북이 

실버들 물가를 오가더니, 

비안개 자욱하게 이끌어

봄 강에 고운 깁을 짜 놓았구나.


기성유수고성관도인 이인문(李寅文)이 

감상하고, 김홍도(金弘道)가 그리다.


▷金梭(금사); 꾀꼬리가 나는 모양을 왔다 갔다                   하는 황금 베틀 북으로 비유
















<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


筠管參差排鳳翅, 月堂凄切勝龍吟 

(균관삼차배봉시 월당처절승룡음)


대나무관 들쭉날쭉 봉황 날개 같은데

용 울음보다 애절하게 월당을 울리네.



























<매해파행도(賣蟹婆行圖)>


余嘗居海畔, 慣見賣蟹婆行徑, 負孩戴筐, 

十數爲群, 海天初旭, 鷗鷺爭飛, 一段荒寒風物, 

又在筆墨之外, 方在滾滾城塵中, 

閱此, 尤令人有歸歟之思. 豹菴

내가 일찍이 바닷가에 살 때, 아이를 업고 광주리를 인 10여 명의 게 파는 아낙들이 무리를 지어 길을 가는 것을 자주 보았다. 바닷가 하늘에 태양이 처음 떠오를 때 갈매기와 물새들이 다투어 날아오르고, 일단의 황량한 풍물이 또한 필묵 밖에 있으나  바야흐로 도도히 흐르는 속세의 티끌 속에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로 하여금 돌아가고픈 생각이 일게 한다. 표암 강세황









<남산한담(南山閑談)>

中歲頗好道 晚家南山陲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偶然值林叟 談笑無還期

중년에 도를 참 좋아해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마련했네.

흥이 일면 홀로 길을 걷고 

좋은 일은 그저 나만 알 뿐.

물길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가 보며

구름 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네.

어쩌다 산골 노옹을 만나면 

이야기 나누다 돌아갈 일 잊는다네.                                    -  王維의 終南別業 시문                                                                                  



산거한담(山居閑談)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걸음이 다다르니 물이 끊긴 그곳이오,

앉아서 바라보니 구름 이는 그 때로다

       -  王維의 終南別業 시문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걸음이 다다르니 물이 끊긴 그곳이오,

앉아서 바라보니 구름 이는 그 때로다

        -  王維의 終南別業 시문 







<월하고문(月下鼓門)>


鳥宿池邊樹 僧鼓月下門

새는 연못가 나무위에 잠들어 있는데

스님 혼자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


題李凝幽居 - 賈島(가도)      

閑居隣竝少 이웃이 적어 한가로이 살고

草徑入荒園 풀숲 오솔길은 황원으로 드네.

鳥宿池邊樹 새는 연못 나무에 잠자리를 잡고

僧敲月下門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


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

寫與卞穉和 檀翁

복사꽃 밤비를 머금어 더욱 붉고

버들가지 아침 안개를 띠며 한층 푸르네

   -변치화에게 그려 줌. 





 전원락(田園樂) - 王維 

桃紅復含宿雨 복사꽃 밤비를 머금어 더욱 붉고

柳綠更帶朝煙 버들가지 아침 안개 띠며 한층 푸르네

花落家童未掃 꽃잎 져도 아이는 쓸 줄 모르고 

鶯啼山客猶眠 꾀꼬리 울어도 나그네는 아직 잠 속이네 



<세마도(洗馬圖)>


門外綠潭春洗馬 

樓前紅燭夜迎人. 檀園

봄이 돼 문밖 푸른 못에 말을 씻기고

밤에는 누대에 촛불 켜고 객을 맞이하네 








<지장기마도(知章騎馬圖)>



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

하지장이 술 취해 말 타고 갈 때면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같이 꺼떡꺼떡 흔들리고, 술 취한 몽롱한 눈 우물에 빠져도 계속 잠을 자고 있다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


貢院春曉萬蟻戰, 或有停毫凝思者, 或有開卷考閱者, 或有展紙下筆者, 或有相逢偶語者, 或有倚擔困睡者, 燈燭熒煌人聲搖搖, 摸寫之妙可奪天造, 半生飽經此困者, 對此不覺幽酸. 

 - 豹菴

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 치르는 열기가 무르익어, 어떤 이는 붓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며, 어떤 이는 책을 펴서 살펴보며, 어떤 이는 종이를 펼쳐 붓을 휘두르니, 어떤 이는 서로 만나 짝하여 얘기하며, 어떤 이는 행담에 기대어 피곤하여 졸고 있는데, 등촉은 휘황하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다. ▷ 강세황이 제발










<석양귀소도(夕陽歸巢圖)>


軒軒獨立夕陽時 芳草明沙倦垂宜

意到忽然飜雲去 靑山影裏赴誰期

해질녘 홀로 높이 오르니

방초(蒡草)와 명사(明沙)도 권태롭구나

생각이 떠오른 듯 홀연히 구름헤쳐 나가니 

청산 그림자 속을 뉘 약조로 가는가

          -방랑시인 이평량(李平凉) 시문







<도선도(渡船圖)>


東湖春水碧於藍 白鳥分明見兩三

柔櫓一聲飛去盡 夕陽山色滿空潭

동호의 봄 물결 쪽빛보다 푸르고 

또렷이 보이는 건 두세 마리 해오라기

노 젓는 소리 한 번에 저 멀리 날아가고

석양에 물든 산색만 빈 호수에 가득하네.

                   - 鄭樵夫의 “東湖” 시문






<기려원유도(騎驢遠游圖)>


客子光陰詩卷裏 나그네 세월은 시권에 있고

杏花消息雨聲中 살구꽃 소식은 빗소리에 있네












 

<월하취생(月下吹笙>


月堂凄切勝龍吟 

월당의 생황소리 용울음보다 처절하네















<소림야수도(林野水圖)>


野水參差發漲痕(야수참차발창흔)

踈林欹出霜根 (소림의도출상근)


書李世南所畵秋景 二首 其一 (소동파)

野水參差發漲痕  疏林欹倒出霜根

扁舟一櫂歸何處  家在江南黃葉邨 

들녘 물 들쑥날쑥 불었던 자취를 드러내고

성근 가지 삐쭉빼쭉 서리에 뿌리를 드러냈네

조각배 노 저어서 어디로 돌아가나

우리 집은 강남의 황엽촌에 있다오.





<기려원유도(騎驢遠遊圖)>




衣上征塵雜酒痕 옷은 전선의 먼지와 술자국 투성이고

遠游無處不消魂 먼 유람길 가는 곳 마다 넋을 잃었네.

此身合是詩人未 이 몸이 정녕 시인이기나 한 것일까

細雨騎驢入劍門 가랑비를 맞으며 나귀에 올라 검문관에 들어서네.

 

이 그림에서 왼쪽의 글이 김홍도가 쓴 화제로 남송을 대표하는 시인 육유(陸游, 1125-1210)의「검문도중우미우(劍門道中遇微雨)」라는 시다.

 

그리고 반대편 오른쪽은 강세황의 글이다. 강세황은 30대 이후 안산에서 지냈는데 이때 어린 김홍도가 그의 문하를 드나들며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 다음 김홍도가 화원이 되고 또 뒤늦게 표암 강세황이 관직이 나가면서 어느 때에는 같은 부서에도 근무하기도 하는 등 나중까지 두 사람 사이의 교류는 계속됐다.

이 그림이 그려진 때인 경술년 1790년은 단원 46살이고 표암은 78살이었다. 늙은 스승이 병후 다시 붓을 잡은 장년의 제자를 위해 한줄 글을 적으며 흡족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士能重病新起 乃能作此 精細工夫可知 其宿疴快復 喜慰若接顔面 況呼筆勢工妙 直與古人相甲乙 尤不可易得 宜深藏篋笥也 庚戌淸和 豹翁題

사능이 중병에서 새로 일어나서 이를 거뜬히 그리고 정교함을 꾀하려는 것을 가히 알겠도다. 그의 오랜 병이 쾌차되니 기쁜 마음에 마치 얼굴을 대하는 듯하다. 하물며 필치가 탁월하고 교묘해 옛사람과 서로 경중을 따질만하니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상자 속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다. 경술년 청화일 표옹이 쓰다.


 

< 작도(鵲圖)>

枯楂上端坐噪噪也(고사상단좌조조야)

是爲誰報喜(시위수보희)

마른 명자나무 가지 위에 단정(端正)히 앉아 깍깍 울어대니

이는 누구를 위하여 기쁜 소식(消息)을 전(傳)함인가?

- 艮齋(간재, 洪儀泳)



<直向使君灘(직향사군탄)>


賦得白鷺鷥送宋少府入三峽(부득백로사송송소부입삼협) - 이백(李白)

 - 백로를 얻어 삼협에 들어간 송소부에게 보내다.


白鷺拳一足(백로권일족) : 백로가 한 쪽 발을 들고 서있고

月明秋水寒(월명추수한) : 달은 밝고 가을 물은 차기만 하다

人驚遠飛去(인경원비거) : 사람에게 놀란 백로 멀리 날아가

直向使君灘(직향사군탄) : 바로 사군탄 여울을 향하는구나.



선면 협접도(扇面 蛺蝶圖)


蝶粉疑可粘手 人工之足奪天造 乃至於是耶 坡披驚嘆 爲題一語 豹菴評

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 듯, 사람의 솜씨가 자연의 조화를 빼앗는데 이르렀구나.

이에 놀라워 한 마디 부친다. 표암이 평하다.


蝶之徐赫張匿 猶可彷彿 而色之得於天者 乃能狀之 神在筆瑞 石樵評

나비가 비스듬하게 날개를 펼치는 모습 정도는 비슷하게 그릴 수 있으되 빛깔을 하늘이 준 그대로 나타내니 붓끝에 신이 붙었다고 할까. 석초가 평하다.



해탐노하도(蟹貪蘆花圖)

海龍王處也橫行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