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거웃 - 문정희

푸른하늘sky 2019. 2. 4. 12:58


거웃 - 문정희  

 

마지막으로 아래 털을 깍이웠다  


초경과 함께  

수풀처럼 돋아난 거웃을  

뱀의 비늘같이 차가운 면도날이  

스웃스웃  

지나간 후  

나는 털 없는 여자가 되었다  

 

드디어 철침대의 바퀴는  

서서히 굴러  

수술실이라 쓰인 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 뭐냐?  

이제 남은 것은?  

오오, 몸서리친 한 덩어리 고기  

곧 핏물을 흥건히 내뿜으리라 

 

고무장갑과 칼과 핀셋이  

신과 심각한 의논을 하는 동안

오직 공포 한 마리가  

처절한 짐승처럼  

한 생명을 지키고 있으리라 









My Love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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