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하피첩(霞帔帖)
< 내가 강진 귀양지에 있을 때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부쳐왔다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 색 활옷이었다 .붉은 빛은 이미 씻겨 나갔고 ,노란 빛도 엷어져서 글씨를 쓰기에 맞춤이었다. 마침내 가위로 잘라 작은 첩을 만들어, 붓 가는 대로 경계하는 말을 지어 두 아들에게 보냈다. 바라기는 훗날 이 글을 보면 감회가 일 것이고 , 두 어버이의 아름다운 은택이 느꺼워 뭉클한 느낌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하피첩(霞帔帖)’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붉은 치마를 돌려 말한 것이다 .가경 경오년(1810) 초가을 다산의 동암에서 쓴다.>
강진 유배 시절 다산 정약용의 글이다 .그는 이곳에서 1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다. 어느 날 정약용은 인편에 서울 집에서 부친 편지와 함께 옷가지 몇 점을 받아든다. 끌러보니 아내가 시집올 때 입었던 빛 바랜 치마 다섯 폭이었다 . 초로의 병든 아내는 무슨 마음으로 낡아 못 입게 된 치마를 천리 먼 길 남편에게 보냈던 걸까?
남편은 그 속을 헤아려 ,자를 대고 치마를 자르기 시작한다 .조각조각 치마를 잘라 공책을 만드는 동안 ,다산의 머릿속에는 어떤 상념들이 휘돌아 나갔을까? 다산은 치마 조각 위에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당부를 적었다. 벌써 여러 해째 가족과 떨어져 산 아버지가 아비 노릇하는 슬픈 광경이다 -중략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중에서
정약용(丁若鏞)의 하피첩(霞帔帖)
"霞帔帖(하피첩)"은 노을빛 치마로 만든 소책자이다.
2005년에 수원의 어느 모텔 주인이 파지를 마당에 내다 놓았는데,
폐품을 모으는 할머니가 지나가다가 파지를 달라고 했다.
모텔 주인은 할머니 수레에 있던 이상한 책에 눈이 갔고,
그는 책과 파지를 맞바꿨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고 KBS 진품명품에 내놓았다.
김영복 감정위원은 그 책을 보는 순간 덜덜 떨렸다고 했다.
진품명품 현장에서 감정가 1억원을 매겼고, 떠돌던 이 보물은
2015년에 서울 옥션 경매에서 7억 5,000만 원에
국립민속박물관에 팔렸다. 하피(霞帔)는 옛날 예복의 하나다.
'붉은 노을빛 치마'를 말한다.
다산(茶山)은 천주교를 믿었던 죄로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마재에 남았던 아내 홍 씨는
남편 귀양 10년째 되는 해, 시집 올 때 입었던 치마를 그리운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보냈다.
그 치마에 다산(茶山)이 두 아들에게 주는 당부의 말을 쓰고
책자로 만든 것이 하피첩이다.
茶山은 치마의 한 조각을 남겨'매화'와 '새'를 그려서
족자를 만들어서 시집을 가는 딸에게 주었다.
이것이 매조도(梅鳥圖)이다.
'부지런함(勤)과 검소함(儉),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 한 평생을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라고
어머니의 치마에 사랑을 담아 쓴 글씨,
세상에서 이보다 더 값진 보물이 있을까?
다산(茶山) 부부의 애절했던 사랑을 담고서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하피첩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다.
정약용의 위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내의 노을빛 치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2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도 우리들
가슴을 잔잔히 적신다.
정약용 필적 하피첩(霞帔帖) / 보물 제 1683-2호
정약용은 '하피첩' 서문에 적혀있듯이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 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하여 하피첩(霞帔帖)이라 이름지었다. 제작연대는 경오년(庚午年) 즉 1810년(순조 10) 7월과 9월로 그의 나이 49세 때였다.
이 서첩의 수량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현재 세 첩만 알려져 있다. 각 첩 표지에는 '하피첩'이란 제목이 조금 남아 있으나 첩 순서[帖次]는 탈락되어 있다. 정약용이 1813년 7월에 딸에게 그려준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에 하피첩을 네 첩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정약용 필적 하피첩의 서문
'하피첩'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余在耽津謫中 病妻寄敝裙五幅 蓋其嫁時之纁衻 紅已浣而黃亦淡 政中書本 遂剪裁爲小帖 隨手作戒語 以遺二子 庶幾異日覽書興懷 挹二親之芳澤 不能不油然感發也 名之曰霞帔帖 是乃紅裙之轉讔也 嘉慶庚午首秋 書于茶山東菴 蘀翁
내가 강진(耽津은 古號)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때의 훈염(纁袡, 예복)으로 붉은빛은 흐려지고 노란빛은 옅어져 글씨 쓰는 바탕으로 알맞았다. 이것을 잘라서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손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감회를 일으켜 두 어버이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는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하피첩(霞帔帖)’이라고 이름지었는데, 이는 곧 홍군(紅裙, 붉은 치마)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가경(嘉慶) 경오년(1810, 순조 10) 7월에 다산(茶山)의 동암(東菴)에서 쓰다. 탁옹(籜翁, 정약용의 호 가운데 하나)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茶山 정약용의 하피첩(霞帔帖)
하피첩(霞帔帖)
노을 하(霞) , 치마 피(帔), 문서 첩(帖)
노을빛 치마로 만든 소책자이다.
다산 정 약용
아들에게 쓴 시구(詩句)
病妻寄敝裙이라!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를 보내 왔네,
千里託心素라! 천리 먼 곳에서 마음을 담아 보냈구나.
歲久紅已褪나 오랜 세월에 붉은 빛은 바랬는데,
蒼然念衰暮라! 늙은 내 모습 같아 처량하구나!
裁成小書帖하니 재단하여 작은 서첩을 만드니,
聊寫戒子句라! 자식들에게 줄 글귀 두서없이 몇 자 적었네.
庶幾念貳親하라! 아! 너희들 부모를 잊지 말렴!
終身䥴肺腑하라! 종신토록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라!
딸에게 준 '매조도(梅鳥圖)'
'매조도(梅鳥圖)' 다산이 외동딸에게 그려준 매화와새 그림으로,
그 아래 이를 그린 사연을 적었다
翩翩飛鳥 息我庭梅 파르르 새가 날아 뜰 앞 매화에 앉네
有烈其芳 惠然其來 매화 향기 진하여 홀연히 찾아 왔네
爰止爰棲 樂爾家室 여기에 둥지 틀어 너의 집 삼으려무나
華之旣榮 有賁其實 만발한 꽃인지라 먹을 것도 많단다.
'매조도(梅鳥圖)'(고려대박물관 소장)
이기경 / 하늘빛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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