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노동상 기념패 '곧은 목지'
곧은목지의 팔뚝은 썩은 조정에 항거하여 새 세상을 여는 장애인(억눌린자)들의 의로운 힘을 상징한 팔뚝이다.
다른 장애인들과 고통을 함께하며 같이 울분과 신바람을 나누고 끝내 억눌림으로부터 해방되는 곧은목지의 이야기는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의 한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못배우고, 굶주리고, 장시간의 살인적 노동조건속에서 병들어가는 평화시장 동료 노동자들의 한을 함께 나누며, 인간적 삶을 위해 조직하고 투쟁한 전태일동지의 모습에서 곧은목지는 다시 살아나온다.
절박한 노동해방의 기원속에서 근로기준법을 태우며 산화해가신 전태일동지의 정신을 곧은 목지의 팔뚝 속에서 새롭게 다시 찾고자 하는 취지로 곧은목지의 팔뚝을 전태일노동상의 기념패로 제작하였다. 따라서 이 팔뚝은 이 시대 노동자의 해방을 향해 앞장서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팔뚝이기도 하다.
곧은목지 이야기
우리 민족의 옛 이야기 중 아주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인 곧은목지 이야기가 있다. 곧은목지란 목이 부러져 붙어버린 목병신을 말하는데 사람을 쳐다보려해도 온몸을 움직여야하고, 물건을 주으려해도 온몸을 움직여야 하고, 길을 걸으려면 눈은 먼곳을 응시한채, 가슴을 쫙 펴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앞만 보고 곧장가는 길밖에 모르는 병신이다.
곧은목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뚝이'라는 힘이 장사인 노비이다. 그는 매우 우직하고 순박한 사람이어서 주인이 시키는 일을 아무 군소리 없이 척척 해내곤 했다. 그러나 주인이 죽을때가 되자, 무덤에서도 자기를 지켜줄 힘센 종놈이 필요하다며 산채로 말뚝이를 묻도록 했다. 말뚝이는 쇠사슬에 목이 매인채, 주인과 함께 무덤에 묻혀야 할 신세가 되었는데, 우직했지만 뚝심있는 말뚝이는 쇠사슬을 끊고 산으로 도망쳤다. 결국 쇠사슬을 끊으면서 말뚝이는 '곧은목지' 목병신이 되었던 것이다.
산으로 도망친 말뚝이(곧은목지)는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속에 숨어서 세상과 노여움을 잊고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곧은목지가 사냥을 나갔다가 추쇄꾼들에게 쫓기는 한 처녀를 구하여 살려주게 되었는데, 그 처녀는 주인놈이 한 노비처녀를 겁탈하려는 것을 구하려다 죽도록 매를 맞고 곳간에 갇혀 있다 도망친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노비였다. 그 처녀의 이름은 새뚝이였는데, 캄캄한 하늘에 갑자기 떠오른 샛별같고, 겁먹어 축쳐진 판에 샛바람을 일으키는 소나기 같다 하여 새뚝이라 하였다.
곧은목지는 이 새뚝이를 사랑하게 되고 둘이서 산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새뚝이는 자기 때문에 친구와 가족들이 당할 고통에 괴로워하며 어느날 가랑잎에 사연을 적어놓고 산아래 세상으로 떠나가버렸다. 이를 본 곧은목지는 충격을 받아 잊고 지냈던 부모형제와 노비친구들의 고통이 새삼스럽게 생각나 세상으로 내려왔다.
식구들을 찾아나선 곧은목지에게 나타난 사실은 아버지는 매맞아 죽고, 어머니는 산채로 거꾸로 매달려 죽어 까마귀가 파먹고, 여동생은 주인놈한테 강간당한 뒤 딴데로 팔려가고, 남동생은 곧은목지 대신 산채로 묻혔다는 사실뿐이었다. 이 기막힌 혈육의 사연에 눈이 뒤집힌 곧은목지는 피눈물을 흘리며 팔도를 떠돌게 되었다. 이렇게 떠돌다가, 머슴살이하다가 일에 지쳐 쓰러진 채 주리를 틀려 '앉은뱅이'가 된 병신을 만나게 되었고, 둘이 한패가 되었다.
그러다가 또 사지를 제멋대로 흔드는 '(정신)나간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충실한 소작농으로 그가 심부름간 사이에 주인에게 겁탈당한 그의 아내가 임신중인 몸으로 우물 속으로 빠져 죽어버리자 발작을 일으켜 '나간이'가 된 사연을 갖고 있는 자였다.
그는 천하일품의 휘파람을 불었다. 이렇게 한패가 되어 돌아다니다가 곳곳에서 뻐정다리, 곰배팔이, 장님, 귀머거리, 문둥이, 등신까지 다 만나게 되었는데 각기 사연들이 있는지라 울분을 달래는 제각기의 한가닥들이 있고, 그것이 어울리면 신나는 한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들 울분패들은 이마을 저마을 사람들을 몰고 다니며 신나는 굿판들을 벌이고 다녔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일부 '병신 불순세력'들이 선동해서 민심을 소란하게 한다고 법석을 떨며, 이들 울분패들을 없애기 위한 병신들의 '호강잔치'를 꾸몄다. 병신들은 좋은 세상되고, 좋은 임금 만났다며 너도나도 호강잔치판으로 신나게 모여들었다. 곧은목지네 울분패들도 거기서 진짜 굿판을 벌일 요량으로 서울로 향했다.
한강 백사장에서 잔치상을 기다리며 와글거리고 있는 팔도의 갖은 병신들 앞에 병졸들이 나타나 잔치상 대신 '잔치 전복음모'니 '유언비어 유포죄' 혹은 '국가기강 문란죄' 혹은 '화해분위기 방해죄'라는 등의 온갖 죄목을 끌어내여 칼을 내리쳤다. 곧은목지네는 '목을 꼿꼿이 세워' 숙일줄 모르니 '나랏님에 대한 불경죄'를 저지른 것이며, 그것이 곧 '화해분위기 방해죄'에 해당되므로 목이 잘리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나간이'의 애간장을 끊어내는 휘파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를 신호로 울분패들이 제각기 악기를 꺼내어 불고 두들기며 곧은목지를 에워싸고 대열을 갖추어 판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신들은 다같이 들고 일어나 한판을 이루어 병졸놈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병졸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조정에서는 이웃 큰 나라 상전에게 원군을 요청하여 신무기를 든 원군들이 왔다. 원군들과 맞서 싸우다 병신들이 몰리자, 잔치 구경꾼들까지 제 민족이 죽는다 하여 함께 뛰어들어 목숨을 건 싸움판이 전개되 병졸들은 도망치고 원군들은 타향에서 개죽음을 당한다고 울기 시작하자 드디어 천년성(썩은 조정)이 하나로 말려 곧추섰다가 "꽈당"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 소리에 귀머거리가 귀가 뚫리고, 눈먼 장님이 눈뜨고, 곧은목지가 목이 풀려, 병신들 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몸이 풀린 병신들은 울분패와 함께 앞장서 싸움판에 참여하는 평등한 새나라를 일으켜 갔다.
이러한 이야기에서 유래하는 곧은목지의 팔뚝은 썩은 조정에 항거하여 새 세상을 여는 병신(억눌린자)들의 의로운 힘을 상징한 팔뚝이다.
다른 병신들과 고통을 함께하며 같이 울분과 신바람을 나누고 끝내 억눌림으로부터 해방되는 곧은목지의 이야기는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의 한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못배우고, 굶주리고, 장시간의 살인적 노동조건속에서 병들어가는 평화시장 동료 노동자들의 한을 함께 나누며, 인간적 삶을 위해 조직하고 투쟁한 전태일동지의 모습에서 곧은목지는 다시 살아나온다.
절박한 노동해방의 기원속에서 근로기준법을 태우며 산화해가신 전태일동지의 정신을 곧은 목지의 팔뚝 속에서 새롭게 다시 찾고자 하는 취지로 곧은목지의 팔뚝을 전태일노동상의 기념패로 제작하였다. 따라서 이 팔뚝은 이 시대 노동자의 해방을 향해 앞장서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팔뚝이기도 하다.
출처 : 아름다운청년 전태일(http://chuntaeil.org/c/48/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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