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끝 / 정홍순
구기자 꽃피는 억새 너울진 샘
저드래
담자색 꽃물이 흥건히 들어차
두레박으로 질러먹던
두멍 물 길어 채울 때마다
시퍼렇게 솟던 아버지
풀벌레 질금거리던 여름 홀랑
달빛 눈부시게 씻어 당긴 샘
석 질이나 차던 물길 돌아누워
먼저 간 식구들 생각에
물 끝은
늘 그리움을 상처내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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