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김휴
벌써 열흘째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그런데 자장면을 못 그려내고 있다.
마사이족을 닮은,
홱홱 거리며 달려오는 검은 끼니를 왜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한참 된 이야기지만
초콜릿을 발가벗겨... 리얼하게 그려 보려고
두 달간 초콜릿을 달고 살았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그 관념덩어리를 애인처럼 끼고 살았던......
결국 내 목젖이, 내 사유가 초콜릿이 되고 말았던........
구멍처럼 깊은 색을 가진
지랄 같은 자장면!
이 오묘한 것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팅팅 불어터진 그것을
오늘은 절박하게 시켜봐야겠다.
배달하는 그 사내는 절박하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절박해 질 것인지 숙제다.
꾹꾹
그 문제아 같은, 번호를 누르기 전에
무조건 절박해져야 하는데........
내 안에서 노숙 중인, 그놈에게 시킬 일인가?
오늘은,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