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중복허리 / 권오범

푸른하늘sky 2017. 12. 28. 14:15

중복허리 / 권오범


중복허리  /  권오범

장마가 습관처럼 낳아
비대해진 열대야가
허구한 날 인정사정없이 쥐어짜
마음 채마밭이 퍼석퍼석하다

바람이 유통기간 지난 구름을
공연스레 말끔히 걷어내는 바람에
햇볕이 작정하고 뛰어내려
정수리 벗기려드는 7월 막바지

질곡의 세월을 맥고자로 덮어버린 노인이
산더미처럼 갈무리한 종이박스와 함께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따라
남루한 손수레로 지구를 굴리고 있다

봉고차와 동업중인 확성기가
남산만한 수박이 오천 원이라고
대목 맞아 북새통인 보신탕집에게
허투루 고래고래 호객하느라 목이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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