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가슴에 엉긴 그리움으로
내 삶의 비루한 상처를 어루만지며
첫눈이 내립니다
먼발치 그대 사랑의 기억 위에
떨리는 몽환의 조각을 기워가며
그곳에도 눈이 내리고 있나요
계절은 이제
겨울의 한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11월 밤 하늘에 잿빛 음표들이 끊임없이
그리움의 추상화를 그려냅니다
절망과 환희를 오가며 허물어지는
나의 영혼 위에 번지는 저 하이얀 눈
단절의 고립 안에서
고독과 설렘의 이중주에 놓인
보고픈 그대의 얼굴처럼
애환이 서린 굵은 눈송이들이
온 밤을 나풀대고 있습니다
마치 그대의 미소에 베이던
행복의 부피처럼
- 첫눈과 함께 부치는 편지 / (宵火)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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