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고재종
갱변의 늙은 황소가 서산 봉우리 쪽으로
주둥이를 쳐들며 굵은 바리톤으로 운다
밀감빛 깔린 그 서쪽으로
한 무리의 고니가 날아 봉우리를 느린 사박자로 넘는다
그리고는 문득 텅 비어 버리는 적막 속에
나 한동안 서 있곤 하던 늦가을 저녁이 있다
소소소 이는 소슬바람에 갈대숲에서 기어나와
마음의 등불 하나하나를 닦아내는 것도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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