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黑櫻 흑앵 / 김경미

푸른하늘sky 2017. 12. 20. 00:20



黑櫻 흑앵 / 김경미

크고 위대한 일을 해낼 듯한 하루이므로

화분에 물 준 것을 오늘의 운동이라 친다
저 먼 사바나 초원에서 온 비와 알래스카 닮은
흰 구름떼를
오늘의 관광이라 친다
뿌리 질긴 성격을 머리카락처럼 조금 다듬었음을
오늘의 건축이라고 친다

젖은 우산 냄새를 청춘이라고 치고 떠나왔음을
해마다 한 겹씩 둥그런 필름통 감는 나무들이
찍어두었을 그 사진들 이제 와 없애려 흑백의 나뭇잎들
한 장씩 치마처럼 들춰보는 눅눅한 추억을
오늘의 범죄라 친다
다 없애고도 여전히 산뜻해지지 않을 해와 달은
오늘의 감옥이라 친다

노란무늬 붓꽃을 노랑 붓꽃이라 칠 수는 없어도

천남성을 별이라 칠 수는 없어도

오래 울고 난 눈을 검정버찌라 칠 수는 없어도

나뭇잎 속 스물 두 살의 젖은 우산을 종일 다시 펴보는
때 늦은 후회를
오늘의 위대함이라 치련다


 
 
 

2010년 제10회 미당문학상 최종후보작
黑櫻 흑앵=버찌



Freedom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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