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푸른하늘sky 2017. 12. 19. 22:10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
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
음을 읽자 어머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
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
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
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끔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혔습니다
순간 투가
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
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을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를 놓고 돌아서는 거
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
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Mother / Isla 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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