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푸른하늘sky 2017. 12. 19. 15:44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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