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따뜻한 말씨 / 공광규

푸른하늘sky 2017. 12. 17. 18:11



따뜻한 말씨 / 공광규

마음으로 만졌을 때
악기처럼 아름다운 당신
몸 속에서 튀어나온 부드러운
말씨 한 알이 어느새
들숨 날숨 통해 내 몸 속
허파꽈리거나 위벽에 붙어
가는 뿌리를 내리고 잔가지를 뻗는다 했더니
내 마음 천장까기 뚫고 자라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한참 쓰리고 아플 때는 몰랐는데 그것이
내 몸 속 실핏줄까지 뻗어가는 당신이었다니
심장이 터지고 가슴이 찢어져서야
당신이 내 안에 큰 키로 자라 있음을 알다니
한 아름 커진 당신을
마구 안아보다 감당이 안 돼
그 나무 아래로 가서
앉아 있기도 누워보기도 하다
아예 기둥 삼아 집을 지어
오래오래 머물거나 장작으로 패서
남은 생애를 따뜻하게 데우거나
관을 짜서 함께 썩으려고 합니다.


 
 
 


Lake Of Shadows(그림자의 호수)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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