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비오는 날 / 천양희

푸른하늘sky 2017. 12. 17. 11:32


 비오는 날 /  천양희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 III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호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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