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천양희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 III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호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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