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萬里

차 한잔에 시 한모금 옛 문인들 따라해볼까

푸른하늘sky 2017. 12. 13. 22:50


 
고급녹차는 60~70℃ 물로
여름엔 물 넣은뒤 차 넣어야

 
계속 부는 마파람이 한없이 시원한데
칠승포 얇은 적삼으로 글방에 기대네.
이전부터 표주박 하나로
찻잔과 술잔으로 겸하여 써왔다오.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서 보낸 유배 시절 써내려간 차시(茶詩)다.
여름 휴가철, 향긋한 녹차 한 잔에 옛 문인들의 차시를 한가로이 읽어내려가는 것도 흥취 있는 피서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출연한 태평양학술문화재단이 최근 펴낸 <한국의 차 문화 천년 1·2>(돌베개)는
우리 차를 즐겼던 선인들의 지혜를 다채롭게 담고 있다.
조선 후기를 다룬 이번 책에는 다산을 비롯해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등 사대부·승려들의 차시와 편지글은 물론,
차의 효능, 음용 방법 등을 다룬 실용적인 옛글을 싣고 있다.
맛있는 우리 차를 끓일 땐 옛 차인(茶人)들의 충고도 잠시 떠올려 볼 만하다.
 
■ 차 고르기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리는 '기다'라는 글을 통해 차를 따는 시기, 효능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해 두었다.
차맛은 좋은 차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됨을 찬찬히 일러준다.
실제 녹차는 봄에 따는 햇차를 첫물차, 여름차를 두물차, 가을차를 번차라 이른다.
첫물차는 청명(4월초)과 곡우(4월 하순) 사이에 따는데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좋다.
지난해 가을 햇살로 만든 영양소를 겨우내 뿌리에 저장했다가 새로 돋아나는 찻잎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딴 찻잎을 살짝 볶으면 덖음차가 되는데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살짝 찌는 증제차는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타민 시(C) 함량이 높아진다.
■ 물 가리기실학자 황윤석은 '부풍향다보'를 통해 차를 우릴 때 찻잎의 양과 물을 조절해 달이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흔히 차인들은 차맛을 제대로 내려면 물맛부터 가려야 한다고 이른다.
실제 칼슘 등 광물질이 많은 물이나 염소 냄새가 남은 수돗물은 차를 끓일 때 피하는 게 좋다.
가정집에선 정수기 물을 쓰면 무난하고, 수돗물은 끓일 때 주전자 뚜껑을 열고 1~3분을 기다리면 염소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차를 우리는 물의 온도는 차의 품질과 관련이 있다. 고급 녹차는 떫은맛이 나지 않도록 적당히 따뜻한 온도(60~70℃)에 우리고,
값싼 녹차는 열탕으로 빠르게 우려낸다. 대개 70~80℃에 1~2분을 우리면 차맛을 버리는 실수가 적다.
■ 찻잎 넣기차와 물을 차 그릇에 넣는 것을 '투다'라고 하는데, 상투·중투·하투로 구분한다.
상투는 물을 넣은 뒤 차를 넣는 것이고, 중투는 물을 반쯤 넣고 차를 넣은 다음 다시 물을 넣는 것이다.
하투는 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붓는 것을 이른다. 외부 온도에 따라 차맛이 달라지므로 방법을 달리하는 것인데,
상투는 더운 여름에, 하투는 추운 겨울에, 중투는 봄가을에 적당하다.이같은 우리 차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차 문화 천년>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이 제주도 차밭에서 운영하는 '오설록 티 뮤지엄'도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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