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靜偸閑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푸른하늘sky 2021. 4. 3. 08:37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 및 대중 과학 저술가.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로,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에서,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동물행동학자인 니콜라스 틴베르헌(N. Tinbergen) 교수를 사사(師事)했다.
동물행동학은 물론, 분자생물학·집단유전학·발생학 등 인접 분야에도 정통한 학자다. 《눈먼 시계공》(1986)에서 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듯이, 복잡한 유기체들도 그들을 만들어낸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학자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옥스퍼드대 교수다.

25년간의 과학 에세이를 모은 《악마의 목사(A Devil's Chaplain)》(2003)를 비롯, 자연선택이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Climbing Mountain Improbable)》(1996), DNA 강줄기를 따라 생명이 진화한 경로를 밝히고 있는 《에덴 밖의 강(River Out of Eden)》(1995), 개체가 만들어 내는 모든 산물은 유전자에 의해 표현된 것이라 주장한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1982) 등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왕성하게 대중에게 전파해 왔다. 특히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1986)에서 그는 이른바 ‘시계공의 비유’를 작정하고 비판했다. 시계공의 비유란, 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듯이, 복잡한 유기체들도 그들을 만들어낸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진화’의 과정이 어떻게 ‘눈먼’ 시계공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하였다.


대중 과학서에 한 획을 그은 고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는 도킨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은 출세작이자, 대중 과학서에 한 획을 그은 고전이다. 창조주의와 ‘지적(知的)설계론’에 대한 단호한 비판가로서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책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생물 개체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운반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단위는 유전자이고, 생물의 다양한 성질은 그 성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의 생존이나 증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생물의 성질은 그 생물 개체에 유리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었다는 ‘개체로부터의 시점’이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라는 ‘유전자로부터의 시점’이 좀 더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벌은 침을 쏘아 침입자를 공격한다. 그러나 그것이 집단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자신은 침에 몸의 일부가 뜯겨 나가 죽고 만다. 이런 행위는 개체를 진화의 단위로 보는 자연선택 이론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다윈도 이 문제에 대해 곤혹스러워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타적 행동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반적 현상이 아니다. 집단을 진화의 단위로 보는 것은 인간의 도덕관념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생물학적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생존을 향한 움직임

저자는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이고 그 특징이 ‘이기적’”이라고 선언한다. 물론 유전자에 동기나 목적이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고 집요하게 움직일 따름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모든 생명체는 자기복제자의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인 셈이다. 최초의 생존기계는 보호용 껍질 정도였다. 그러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계는 점점 커지고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자기복제자의 핵심은 유전자이다. 유전자란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이다. 그것은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과 같다. 이때 하드디스크처럼 유전자를 담아주는 바탕물질이 DNA이다. 유전자는 자기복제를 통해 생존기계에서 생존기계로 이어지며 유전자 풀(pool) 속에 영원히 생존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개별 컴퓨터의 유지와 관계없이 복제를 통해 오랫동안 수많은 컴퓨터 속에서 작동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생명체 복제기술이나 인간 유전자 지도의 연구로 여러 질병의 정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유전자의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지금, 이 책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학습이나 경험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는 ‘후천적 인간관’과,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돼 있는 인간, 어느 쪽이 인간 본질에 가까운지에 대해 이 책은 본격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