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초여름의 꿈 / 황동규

푸른하늘sky 2020. 7. 14. 10:57

 

초여름의 꿈 / 황동규

 

긴 겨울 눈에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생시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는 꿈
깬다

 

초여름에 겨울 꿈을 꾸다니
프로이트에 의하면 진짜 꿈은 다 개꿈이라지만
꿈의 출구에 삶의 입구 표지를 붙일 수는 없다

 

새벽길 나서니 길섶 흥건히 젖어 있고
먼동 트는 하늘에는 금빛 별 무리
땅에는 은빛 별꽃 무리


별꽃, 석죽과의 막내 꽃
별빛 한 줄기 줄기는 별꽃잎의 하트형이라고
초여름 새벽이 일러준다

 

지금 뛰는 가슴도 하트형이다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삶의 이마에 뜰 때까지
삶의 출구가 꿈의 입구로 열릴 때까지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아니면 또 어떠리


이 세상 어디엔가 꽃이 눈뜨고 있는 길이면
초여름 새벽을 가라

 

 

 

 

 

 

 

 

 

L'etreinte (포옹), Nathalie 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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