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 김숙경
먼 길 걸어온 캄캄한 골목
문패 없는 집 앞에서 서성인다
떠났던 아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담 넘을 듯 자라난 라일락과 전신주 사이엔
그림자가 없다
지상의 기다림 들을 말끔히 다려놓는 땅거미
더 이상 지상의 구겨짐들
낮은 곳으로 숨어들 수 없다며
저녁 풀벌레는 징하게 운다
한해살이 집 다 짓고 별을 품기 위해
와이셔츠 단추를 푼 남자
이젠 어깨를 흔든다
여기까지 걸어온 모든 발은
닳을수록 무거워지다가
달을 헝겊으로 싸맨 그믐의 문패 앞에서
다시 맨발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