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귀가 / 김숙경

푸른하늘sky 2020. 4. 25. 08:14

891-귀서(歸棲)


귀가 / 김숙경
 
먼 길 걸어온 캄캄한 골목
문패 없는 집 앞에서 서성인다
떠났던 아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담 넘을 듯 자라난 라일락과 전신주 사이엔
그림자가 없다


까맣게 태운 하루는 보라의 꽃 뭉치 뒤로 숨자
지상의 기다림 들을 말끔히 다려놓는 땅거미
더 이상 지상의 구겨짐들
낮은 곳으로 숨어들 수 없다며
저녁 풀벌레는 징하게 운다


한해살이 집 다 짓고 별을 품기 위해
와이셔츠 단추를 푼 남자
이젠 어깨를 흔든다
여기까지 걸어온 모든 발은
닳을수록 무거워지다가
달을 헝겊으로 싸맨 그믐의 문패 앞에서
다시 맨발이 되고 있다














 

Scarborough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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