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雲野鶴

더위를 잊는 놀이 삼매경 <쌍육삼매>

푸른하늘sky 2019. 8. 20. 14:06

혜원 신윤복(申潤福, 1758-?) <쌍육삼매> 《혜원전신첩》 종이에 수묵채색, 28.3x35.2㎝, 간송미술관, 국보 제135호


조선 후기 풍속화 3대가 중 한 사람인 신윤복이 풍속도 화첩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을 통해 남긴 풍속도는 총 30점입니다.
한량들이 기방에서 기녀들과 마시고 노는 유흥 장면, 혹은 선비와 여인들의 은밀한 로맨스 장면을 세련되고 섬세한 선과 맑고
부드러운 채색으로 화사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92년 국보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 가 있던 것을 1930년에 간송 전형필이 오사카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해서 새로 단장하면서 위창 오세창이 표제와 발문을
더했습니다. 청금상련, 월하정인, 상춘야흥, 야금모행, 단오풍정 등 유명한 장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요.







속화라고도 불렀던 풍속도를 보면 그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데, 혜원전신첩에는 선비 혹은 중인들의 놀이 문화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30폭 중 하나인 <쌍육삼매雙六三昧>는 ‘쌍육’이라는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두 커플을 그린 그림입니다. 인물 중 세 사람이 말판을
가운데 두고 삼각형으로 자리를 잡고, 왼쪽에는 서 있는 남자와 바위를, 오른편에는 풀이 난 둔덕을 표현하여 안정되면서도
심심하지는 않은 구성을 취했습니다. 인물을의 옷주름, 점으로 풀과 나뭇잎을 표현한 부분이나 짙고 옅은 먹으로 바위를 표현한
능숙함도 돋보입니다. 여인들의 아름다움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자극적 애정행각은 보이지 않아도 놀이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미소지으며 볼 수 있는, 작은 재미를 주던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쌍육은 주사위 두 개를 던져 각자의 말(15-16개씩)을 이동시켜서 윷놀이처럼 말판위의 말을 전략적으로 이동해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팀)이 이기는 간단한 놀이입니다. 서역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 정설인데, 백제 때에도 이 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한반도에 들어온지 오래된 놀이입니다. 

주로 실내에서 했다고 하는데 그림 속 이들은 계곡인 듯이 보이는 곳에 돗자리를 펴고 실외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한 사람이 상대가 되어 대결을 펼치고 있고, 다른 남자와 여자는 이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자 쪽에 두 말이 벌써 판 밖으로 나 있는 것일까요? 담뱃대를 물고 목을 앞으로 빼어 말판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에 투지가
불타오릅니다.

쌍육은 그림에서처럼 남녀 모두가 정신없이 빠져드는 인기 게임이었는데, 밖의 놀이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들에게는
더욱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시원한 곳을 찾아 놀이 삼매경에 빠진 이들의 모습은 요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기녀도 이때만큼은 남정네를 위해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즐기는 중인 듯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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