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雲野鶴

다산(茶山) / 소서팔사 (消暑八事) - 더위를 식힐 여덟 가지 방법

푸른하늘sky 2019. 8. 12. 17:07

이경윤(李慶胤)-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 부분, 화첩/비단에 담채, 국립중앙미술관





다산(茶山) / 소서팔사 (消暑八事) - 더위를 식힐 여덟 가지 방법


조선의 시인 가운데 여름철의 경물과 서정을 잘 읊은 이로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 ~ 1836)이 으뜸 아닐까. 귀양 가기 이전에는 죽란시사(竹欄詩社) 동인들과 여름을 노래한 연작시를 지었고, 강진에 귀양 간 뒤에도 여름철의 경물을 즐겨 읊었으며, 귀양에서 풀린 뒤 소내([召川],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머물 때에도 여름날의 정취를 즐긴 시를 많이 남겼다.

 

57세에 18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다산은 63세이던 1824년 여름에 더위가 심하자 '더위를 물리치는 여덟 가지 멋진 일(消暑八事)'을 구상하여 일련의 시를 지었다.

 

그 여덟 가지는 '소나무 밑에서 활쏘기' '홰나무 아래서 그네뛰기' '넓은 정자에서 투호하기' '시원한 대자리 위에서 바둑 두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쪽 숲의 매미울음소리 듣기' '비오는 날엔 시 짓기' '달밤에는 냇가에서 발 담그기'이다. 이 제목으로 시를 짓고 나서 아쉬웠던지 다시 8편의 시를 지었다. 여덟 가지 장면은 상상만 해도 더위가 물러가는 느낌이 든다.

 

다산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더위를 잊게 할 또 다른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나무를 베어 바람을 통하게 하기' '도랑을 터놓아 물이 흐르게 하기' '누운 소나무를 올려 그늘 만들기' '포도넝쿨을 처마에 올려 시렁만들기' '종을 불러 책에 바람 쐬기' '아이들 모아 시를 가르치기' '배를 엮어 튀어오르는 물고기 잡기' '냄비에 고기 삶아먹기'이다. 다산은 이를 제목으로 또 2차례나 시를 지었다.

 

다산은 이 때 63세의 노인으로 강진 귀양지로부터 돌아온 지 7년째였다. 저술에 몰두하는 여가에 그는 더위를 괴롭게 생각하기보다는 즐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16가지 방법을 고안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방법은 그가 살던 소내[召川]에서 즐겼을 법한 일이다. 다산은 그 하나하나에 멋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거듭거듭 시를 지어 더위가 절로 물러가게 하였다.

 

소서팔사 (消暑八事) - 더위를 식힐 여덟 가지 방법

 

송단호시(松壇弧矢)

솔둑에서 화살을 쏘는 놀이를 즐기면서 더위를 식힌다

 

괴음추천(槐陰鞦遷)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를 타다보면 아무리 더운 날씨도 거뜬하게 보낼 수 있다

 

허각투호(虛閣投壺)

빈집, 그것도 강변에 있는 누각으로 솔바람이 온종일 불어오는 집이랍니다. 거기서 투호놀이를 하다보면 웃고 즐기는 가운데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여름날이 지나간다.

 

청점혁기(淸簟奕棋)

더운 날씨에 졸음은 오고 책은 읽기 싫다면 할 일이 무엇일까요. 손님들 모아다가 바둑 구경시키면서, 술내기나 생선회내기 바둑을 두라는 것입니다. 대국자는 물론이려니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까지 차별 없이 모두 배부르게 마시고 먹는 것이 바둑두기라는 것이다.

 

서지상하(西池賞荷)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이고

 

동림청선(東林聽蟬)

동쪽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 들으며 더위를 이기는 방법입니다. “석양 되자 매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늙은 홰나무 밑으로 평상을 옮기고 싶네”라는 구절에서 해질 무렵의 매미 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된다.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에는 시를 지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천수(千首) 정도의 시를 지어놓고 어떤 운자(韻字)가 어려웠나를 따지다보면 저절로 더위가 식힌다.

 

월야탁족(月夜濯足)

그리고는 바로 달 밝은 밤에 물가에서 발을 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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