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雲野鶴

無爲의 美學 粉靑沙器에서 찾다

푸른하늘sky 2019. 7. 23. 15:53
무위의 미학, 분청사기에 빠지다




‘귀얄’은 붓이다. 백토를 귀얄에 묻혀 도자기 몸통에 손가는 대로 쓱쓱 문질러 나타나는 문양을

그대로 선택한 것이 분청사기 귀얄기법이다.

‘덤벙’은 물건을 물에 빠뜨리는 모습 혹은 소리를 묘사한 단어다. 분청사기 덤벙기법은

백토물에 도자기를 담갔다 꺼내면 끝이다.

백토물이 물들고 흘러내린 그대로 도자기를 꾸민다.


귀얄이든 덤벙이든 도공에게 계획된 미감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귀얄이 아무렇게나 지나간 흔적이, 백토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그대로 분청사기의 무늬다.

심지어 도공의 손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다.


고려의 청자에서 조선의 백자로 넘어가던 14∼16세기, 분청사기는 약 150년 동안 독창적인 양식을 창출했다.

귀얄과 덤벙도 그중 하나다. 제도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계층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되다 보니 창출된 양식이다.

귀얄, 덤벙의 분청사기를 보면 도공들이 의식한 미감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 분청사기의 이런 면모는 생동하는 서민적 감각으로, 현대적인 미의식으로 평가받는다.


분청사기는 “원초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이 가장 신선하게 표현된 도자기”, “무심하면서도 은근한 자연미를 담은 서민적 정서”

등으로 종종 평가된다. 좀 더 고상하게 “무위자연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귀얄과 덤벙기법에서 두드러지는 꾸미지 않은 문양, 기교 없는 기법을 ‘무위’라는 철학적 개념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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