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일기 / 안도현

푸른하늘sky 2019. 5. 13. 10:40
[ 필사 ] 일기 _ 안도현 #2



일기 / 안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 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일기 - 둘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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