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遺産

한국가구박물관, 세계인의 박물관으로 비상하다

푸른하늘sky 2019. 4. 23. 18:27

한국가구박물관, 세계인의 박물관으로 비상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우리나라 주거 문화 역사를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완성도 높게 정리할 수 있었을까? 한옥에 우리 전통 가구를 집대성한 한국가구박물관. 일찍이 전통 미학을 살아 있는 생활로 체득한 정미숙 관장이 일생의 업으로 일군 이곳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왔으며,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함을 알려준다.


메인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구찌 아카이브. 이번 전시를 위해 구찌가 특별 제작한 무궁화 스카프와 뱀부백을 먹감나무 장 안에 연출했다. 오른쪽 성북동에 자리한 한국가구박물관 입구.


아마 10년도 훨씬 전부터였을 거다. 당시 굽이진 성북동 북한산 자락 도로를 지날 때면 이곳을 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풍취 좋은 너른 터에 한옥을 짓는 광경.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재미는 설렘 아닌 지루함이었고, 기대 아닌 포기였다. 한 달, 아니 계절이 바뀔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담장 너머 기와 능선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듯했고, 해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의 시계를 무시한 채 정성 들여 짓는 한옥이겠거니, 그렇게 여러 해가 흐르는 동안 여유롭던 마음도 한계에 이르러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반사적이던 촉각이 무뎌졌다. 하지만 2년 전, 이곳에 다시 눈길이 머물렀다. ‘한국가구박물관’이라는 현판이 걸린 담대한 풍채의 한옥.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니!

다양한 삶을 담은 다채로운 한옥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 터를 잡은 지 17년 만인 지난 4월, 한국가구박물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의 91주년 특별 전시가 열리는 박물관이자, 이를 큐레이팅한 갤러리로서 공식적으로 처음 대중에 오픈한 한국가구박물관.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구찌의 역사를 한국 전통 공간에 서술한다는 콘셉트도 획기적이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박물관 자체가 한국 주거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특별 전시에 다름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한 폭의 산수화 속에 열 채의 한옥이 들어선 형국이라면 맞을까? 2천5백여 평 광활한 대지 위에서 무려 15년간 우리 옛 주거 문화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와 한 장, 작은 꽃나무 하나에도 모든 지식과 정성을 담아 완성했다는 한국가구박물관. 일찍이 우리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생활 미학에 높
은 관심과 안목을 쌓아온 정미숙 관장이 궁극적 삶의 지표로 삼은 이곳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조선 시대 전통 목가구를 모아놓은 게 아니라, 지방마다 다른 자연환경과 생활 양식에 따라 탄생한 가구를 선별하고, 그 쓰임새를 완벽하게 파악해 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한옥을 만들었다니 이 어찌 살아 있는 곳이 아니랴. 게다가 이 한옥 중 일부는 ‘오리지널’을 복원한 것이다. 보존 가치가 높은 한옥이 헐릴 때마다 정미숙 관장이 열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 고이 ‘모셔 온’ 기둥과 기와를 재조합해 ‘흉내’ 아닌 ‘복원’한 것.

크게 궁채, 곳간과 부엌채, 사대부 집 등 다양한 양식의 한옥으로 구성한 박물관은 어느 하나 근본 없는 것이 없다. 메인 전시관인 궁채는 실제 궁의 일부를 재현한 곳. 일제 강점기에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바뀌면서 일부 궁을 해체할 때 나온 기와를 사용했는데, 눈여겨보니 실제 그 문양과 섬세함이 남다르다. 보통 한옥의 지붕 끝 부분을 둥근 장식으로 막는 ‘막새기와’를 볼 수 있는데, 궁궐에서 사용한 막새기와에는 용 문양이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 이런 차이를 모르고 기와를 보면 그 의미를 눈치채기 어렵겠지만, 대문채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궁궐채에서 남다른 위엄을 느꼈던 건 바로 이런 섬세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 일 터. 한편 남산과 서울 성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막힌 전망을 갖고 있는 사대부 집은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의 비妃 순종효황후가 궁을 나와서 살던 사가를 복원한 것이다. 조금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집이지만 이곳처럼 아름다운 한옥은 또 없다는게 관계자의 설명.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옛 사대부가에서는 정경부인의 방을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했는데, 실제 이곳 사대부 집방 안에서 바라다본 전망은 그림을 그린 듯, 서울 성곽과 남산의 능선이 리드미컬하게 교차한다.


1 궁궐에서 볼 수 있는 긴 복도인 회랑채가 있는 메인 전시관. 중정에 푸른 이끼는 3대째 내려오는 것으로, 매일 물을 주고 관리한다.
2 사대부가의 대청 마루에는 책가도를 펼쳐놓고 탁자 위에 병풍과 어울리는 색감의 구찌 아카이브 두 점을 전시했다.



3 부엌채 한옥. 전라도 송관사 요사채를 재해석한 것으로 반원형 광창이 특징. 그래픽 패턴같은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운데 그와 어울리는 둥근 절구를 매치했다.
4 창덕궁에 있는 ‘불로문’을 요즘 사람 체형에 맞춰 조금 더 크게 만들었다. 이 문을 지나면 늙지 않는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야말로 인기 만점.


한국 목가구가 한옥에 놓여야 하는 이유 “이건 강원도 목기 등잔대인데 어머니께서 현관에 두고 사용하셨죠.” 정미숙 관장이 평생을 두고 모은 전통 목가구는 무려 2천 여 점. 일찍이 우리 전통 주거 문화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이어가던 어머니에게서(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던 고 이태영 박사)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탄탄히 다진 미감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 가구와 건축을 공부했다. 전통 목가구와 살림살이를 비롯, 한옥과 정원 등 주거 문화 전반을 섭렵한 것은 물론, 이런 한국 주거문화의 세계적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일본과 프랑스 등에 있는 전통 주거 문화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그리하여 우리 전통 가구, 한국의 주거 문화처럼 실용적이고 세련된 미감을 지닌 것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 지금의 박물관 건립을 결심했다고.


1 구찌에서 그레이스 켈리를 위해 1973년 특별 제작한 플라워 패턴의 스카프와 1959년 대 뱀부 백. 주칠이 된 먹감나무 장 안에 놓아 한층 화사한 느낌을 강조했다.
2 한국의 대나무와 이탈리아의 대나무 쓰임새 차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잘게 쪼갠 대나무를 엮어 만든 사자리 농은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가구로 구찌의 뱀부 백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3 구찌에서는 이 전시에 사용된 먹감나무 가구를 구찌 아카이브로 착각할 만큼 완벽한 매치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승마를 하고 난 후 오락을 하며 휴식을 즐기는 방을 연출했다.
4 지장 안에 넣어 잔잔한 로고 패턴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배려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정미숙 관장이 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이런 가구와 이러한 집이 생성된 필연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것, 다른 하나는 전통 미학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세계인이 동시에 공감할 수 있도록 과거와 현대의 접점을 찾는 것, 그리고 찾은 해답은 정도正道를 걷는 정면 돌파였다. 요령을 부리고 재치를 더하기보다는 정석과 진리를 간결하게 제대로 보여주는 기지를 발휘하면 ‘절대 미감’에 동화될 수 없는 법이다. “한옥은 알고 보면 과학적 ‘모듈’ 건축이에요. 흔히 한옥의 ‘한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일컫는데, 조선시대에 이 한 칸의 사이즈는 궁이 3m, 사대부가가 2.4m, 민가는 1.8m 규격이었죠. 그리고
이에 비례해서 창문 크기도 나름의 규격이 있었는데 사대부가 창한 쪽의 폭은 55cm 정도로,창 앞에 놓는 사방탁자 크기 역시 이와 같지요.” 설명을 듣고 보니 곳곳에 놓인 고가구, 어느 하나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게 없다.

그리고 이내 발길을 돌려 지하에 마련된 별도 전시실에 이르니, 이곳에서 만나는 가구 역시 마찬가지. 2천여 점의 소장품 중 5백여 점을 전시한 이곳은 조선 시대 당시에도 집대성할 수 없었을 분류법으로, 한국 전통 가구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통 가구의 기본형은 사각 함이에요. 이 함의 문이 반만 열리면 ‘반닫이’가 되고, 함을 위로 쌓으면 ‘농’이 됩니다.” 한옥 전시실과 달리 가구만 모아놓은 전시관은 이 같은 가구의 생성 원리를 따라 컬렉션이 디스플레이된다. 그리고 또 이 ‘기본기’를 이해할 무렵에는 휘가시나무, 먹감나무, 느티나무 등 전통 목가구에서 중요하게 쓰인 목재에 따라 분류한 가구를 소개한다. 다음 코너에서 또 한 번 등장하는 반닫이는 각 지방마다 달라지는 특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놓여 있고, 마침내 우리가 잘 모르던 가구, 즉 제례・의례용 가구, 남자와 여자 성별에 따라 특화된 가구까지 만날 수 있다.


정경부인의 방을 테마로 한 전시. 구찌의 둥근 모자 트렁크와 우리 전통 갓 보관함을 비교한 가운데 팔각 문양의 창호를 더해 그 형태미를 강조했다. 한국 전통 문양에서 팔각은 우주를 뜻하는 것으로, 구찌의 원형 트렁크와 교묘히 맞아 떨어진다. 우리 전통 문화가 구찌를 품겠다는 콘셉트가 잘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가구, 서양의 패션을 품다 한옥의 창호는 사람의 어깨너비를 기준으로 이상적인 비례와 크기를 찾았고, 그 안에 놓는 가구는 사람과 공간을 동시에 고려해 제작했다. 팔을 올려놓는 위치, 눈높이, 그리고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문 높이 등 사람과 공간을 기준점으로 탄생한 조선 목가구는 그래서 한옥 안에 놓고 또 한옥 안에 앉아서 볼 때 그 참의미와 매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 목가구를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감으로 충분히 감흥할 수 있도록 박물관 자체가 살아 있는 생활 공간이 되고자 한 한국가구박물관. 그 진가는 지난해부터 확실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G20 정상회의 때 영부인 오찬을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기 위한 국내외 주요 행사 섭외 대상 1순위로 떠올랐고, 미국 CNN 방송에서는 한국가구박물관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이라 소개하기도했다. ‘박물관으로서 완벽하기 전에 절대 문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미숙 관장이 이런 국제 행사를 위해 대문을 활짝 연 이유는 단 하나. 한국 전통 주거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1 궁궐의 담을 재현한 것으로 훗날 역사적 사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었다.
2 굴뚝을 아름답게 장식해 집의 일부로 끌어들인 점은 우리 주거 문화의 독보적 미덕 중 하나.
3 여럿이 차를 즐길 수 있는 다실에 연출된 소반.
4 민화의 은은한 화려함 덕분에 가장 좋은 전망을 갖고 있는 정경부인의 방이 한층 더 밝아졌다.

* 구찌 91주년특별 아카이브는 6월 16일까지 열린다. 화/수/토요일은 오전 11시~오후6시까지, 목/금요일은 오후2시~오후9시까지.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2만 원이다. 문의 한국가구박물관(02-745-0181)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치렀음에도 ‘여전히’ 정식 개관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 올해 초 한국가구박물관은 또 한 번 전기를 맞이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탄생 9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아카이브 전시를 한국가구박물관에 의뢰한 것. “구찌는 당신 손에 있습니다(Gucci is in your hands)!”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 본 구찌 아카이브 담당자는 정미숙 관장에게 전시 콘셉트부터 아카이브 선정까지 거의 모든 것을 위임하며 ‘삼고초려’했고, 이에 대한 그의 답은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구찌를 아름답게 품는 것으로, 세계가 한국의 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변하지 않는 장인의 손길(Timeless Touch of Craftsmanship)>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구찌 91주년 특별 아카이브 전시는 정미숙 관장의 다짐대로 한국의 가구가, 한국의 전통미가 구찌를 완벽히 보듬었다. ‘조선 시대, 구찌를 좋아한 한 여인의 주거 공간 속’으로 들어간 구찌 아카이브. 대나무로 만든 사자리농 위에 대나무 손잡이 구찌 백이 놓여 있고, 둥근 장석의 이층장 위에 동그란 구찌 로고 잠금장치가 도드라진 클러치백이 자리한다. 구찌가 대나무를 통으로 휘어 사용했다면 한국에서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고 엮어서 장을 만들었고, 구찌가 원형 잠금장치에 고유의 로고를 표현했다면 이층장의 원형 장석은 ‘하늘’을 뜻하며 우주를 담았다. 구찌가 한국 브랜드인지, 한국 전통 가구를 구찌에서 제작한 것인지! 90여 점의 구찌 아카이브는 이렇게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우리 문화와 혼연일체를 이뤘고, 닮은 듯 다른 미묘한 ‘착시 현상’은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이 전시는 구찌 이탈리아 본사뿐만 아니라 국내 관람객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6월 16일까지 연장 전시하는 것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5 눈높이와 풍경 그리고 창의 폭을 고려해 만든 조선 목가구의 과학적인 비례미를 엿볼 수 있는 공간.

한국가구박물관의 존재를 몰랐거나, 생각만 하고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이번 전시 기간을 놓치지 말 것. 여전히 박물관으로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라 생각하는 정미숙 관장은 이 전시가 끝나면 박물관을 잠시 휴관할지 모른다. 한옥과 그 안에서 꽃피운 우리의 생활 문화가 아름다웠던 것은 대문을 열고 행랑채를 지나 정
원을 거닐고 돌담 사이 문을 넘어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가 있는 본채에 다다르기까지, 한 곳 한 곳 문을 열고 닫으며 곳곳을 둘러 보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 이제 세계를 향해 살아 있는 한국 미학을 알리기 시작한 한국가구박물관은 앞으로 이와같은 리듬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문화를 제안한다고 하니, 우리도 그 박자에
장단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이것부터가 어쩌면 진짜 우리네 생활 문화가 지닌 멋이었을지 모르니 말이다.



촬영 협조 한국가구박물관(02-745-0181, www.kofum.com)


출처: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info_id=59767




시진핑, 킹스맨도 감탄했던 '한국가구박물관' 



 
서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 사대부집 안채의 누마루

한국가구박물관에 전시중인 '서안'의 모습
 
지난 한중 정상회담 때 양국 정상들의 오찬 장소로 사용된 이후 방문객이 많아진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앉아 식사했던 장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배우 브래드 피트, 영화 킹스맨 출연진 등이 찾아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유명한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성북동 330일대 3200㎡ 토지와 인근 1464㎡ 토지, 3개동으로 구성된 건물 이다. 

현재 소유자는 한국 원양어업을 개척했던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의 후손인 심철씨다. 심씨의 부인인 정미숙 한국가구박물관 관장이다. 정씨는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 딸이자 정대철 전 민주당 국회의원의 동생이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해외 귀빈들의 단골 관광지로 유명하다. 서울 시내와 남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미국 CNN은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뽑기도 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한국의 전통 목가구와 실내 장식품을 수집해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1996년 처음 문을 열었다. 10여 채의 전통 가옥과 2000여 점의 전통 목가구, 유기, 옹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전통 가옥은 1970년대 창경궁 일부가 헐릴 때 가져온 기둥과 기와를 살려 재건축한 건물을 비롯해 사대부집, 경주 최부잣집 곳간, 순천 송광사의 부엌 등을 본 떠 지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담 때는 영부인들이, 2013년에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방문했다. 2014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이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최근에는 영화 '킹스맨 : 골든 서클'의 주연 배우인 콜린 퍼스와 테런 에저튼, 마크 스트롱이 이곳을 찾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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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박물관] [2] 정미숙 관장 열정이 만든 '타임머신'

창경궁 일부 되살려 지은 궁집 등 한옥 10채 옮겨와 15년간 복원
18·19세기 목가구 2550점 전시, 회랑채선 피아니스트 랑랑 공연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할리우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가수 빅토리아 베컴의 감탄을 자아낸 곳. 해외 명사가 한국에 오면 한 번은 방문하고, CNN이 2011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이며, 놀랍도록 감탄스럽다'라고 보도했던 명소. 2010년 11월 주요 20국 정상회의 영부인 오찬, 2016년 3월 130년 만의 한·불 전략대화가 열린 장소.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은 정미숙(70) 관장의 50년 열정이 만들어 낸 타임머신이다. 정 관장은 8선 의원을 지낸 정일형 전 외무부장관과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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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은 6600㎡ 땅에 한옥 10채를 복원해서 짓고 고가구를 옮겨넣었다. 상설전에 550점, 특별전에 2000점이 돌아가며 전시된다. 박물관 측은 매일 1시간마다 넓은 마당을 쓸고 주위를 정돈하는 등 정갈하게 관리한다. /장련성 객원기자

한국가구박물관에 전시된 오동나무 책함.
브래드 피트가 탐낸 책함 - 한국가구박물관에 전시된 오동나무 책함. 방 구조에 맞춰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도록 한 모던한 디자인에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도 감탄했다고 한다. /장련성 객원기자
모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가구 보는 눈썰미를 갖게 됐다는 정 관장은 나대지였던 6600㎡(약 2000평) 땅에 한옥 10채를 옮겨와 18·19세기 목가구 2550점을 채워넣었다. "(여기저기 버려진) 가구가 나를 향해 울부짖는 것 같았다"는 것이 고가구 수집 이유였다. 박물관이 들어선 땅은 시아버지이자 국내 원양어업의 개척자로 불리는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에게서 받았다. 정 관장은 1993년부터 15년을 투자해 언젠가 박물관을 열겠다던 꿈을 이뤘다.

가구박물관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수백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창경궁 전각을 되살려 지은 궁집이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다. 정 관장의 시아버지가 1960~1970년대 정부가 궁 유원지화 사업을 하면서 민간에 매각한 기둥과 기와를 사들였다. 한옥은 못이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레고 블록처럼 끼워서 조립할 수 있기에 복원이 가능했다. 기와도 한 장씩 떼어 번호를 매겨 다시 올렸다.

한국가구박물관
궁집 옆으로 빙 둘러 돌아가며 행랑채, 정자, 회랑채가 이어진다. 회랑채에선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2012년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맞은편 곳간채는 명성황후의 사촌이 마포에 소유했던 것이다. 어지간한 여염집 민가보다 넓어 당시 민씨 일가의 권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그 옆 부엌채 양쪽 옆구리엔 연기가 빠져나가는 창이 붙어 있다. 사각형 창 앞에는 사각 우물, 원형 창 앞에는 둥근 우물을 둬 마주 보게끔 했다.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가 눈을 떼지 못하다 스케치북에 그려갔다고 한다. 뽀얀 마사토가 깔린 마당을 앞에 둔 사대부 집은 순정효황후가 조선왕조 마지막 황제인 순종과 가례(嘉禮)를 올리기 전에 살았던 곳이다. 안방 창문 너머로 남산과 성곽 길 풍경이 아스라하게 이어진다.

박물관 안엔 장인의 지혜가 느껴지는 가구가 많다. 1시간 예정으로 왔다가 3시간을 머물렀던 브래드 피트가 탐을 냈다는 오동나무 책함이 대표적이다. 책을 넣어 하나씩 들고 다닐 수 있고, 여러 개를 쌓아올리면 책장이 된다. 피트는 "수백년 전 가구가 이토록 모던하다니 놀랍다"며 "어이구 세상에나(Oh, my god)"를 몇 번이나 외쳤다고 한다.

옷을 한 벌씩 넣어두던 관복장(官服欌)에선 옛 주인의 취향이 드러난다. 옥단추 2개를 위아래로 달거나 난(蘭)을 그려넣어 멋 을 냈다. 휘가시나무, 단풍나무 등의 재질을 고스란히 드러낸 장롱은 비례와 균형미가 빼어나다. 유달리 길고 쭉 뻗은 촛대는 인체를 가늘고 길게 표현한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박물관 박중선 이사는 "조상들은 생활이 예술이었다"며 "자연이 집을 안고, 집이 가구를 안고, 가구가 사람을 안았던 유기적인 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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