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존재와 말 / 김규동

푸른하늘sky 2019. 3. 2. 09:32

존재와 말 / 김규동

최서해가
상허에게
이형이 냉수맛을 알려면
술이 좀 늘어야 할 텐데 하고
안타까워했다

이상은
폐병 말기의 김유정 보고
김형이 꼭 한달만 술을 끊는다면
병이 깨끗이 나을 텐데 하고 한숨지었다

6 · 25전쟁 때
오장환이 서울로 나와
제일 먼저 찾은 건
시인 김광균이었다
숨어 사는 옛 친구에게
그가 내민 것은
탱크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자신의 시집이었다

김광균이 한마디 했다
여보게 그건 자네 주머니에 넣어두게
내가 지금 그런 걸 읽을 형편이 못 되네
하고 쓸쓸히 웃었다

5 · 16군사반란 때
까만 색안경 끼고
시청 앞에 선 박정희 장군을 두고
김수영과 나는 내기를 걸었다
수영은 미8군이 곧 나와
저 사람들을 진압할 것이라 장담하고
나는 미8군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점을 쳤다
지는 사람이 술을 사기로 했으나
내기에 진 수영이 종내 술은 사지 않고
박정희만 무서워하다가
먼저 가버렸다

사라진 시간 속에서
고개를 치켜드는 건
언제나
가냘픈 존재의 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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