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 안도현
고여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 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 (문학동네, 개정판 2006)
Laudate Dominum (Mozart) - 조수미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화 속으로 - 소 재 호 (0) | 2019.01.25 |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백석 (0) | 2019.01.25 |
기다림 - 곽재구 (0) | 2019.01.24 |
아버지/ 허형만 (0) | 2019.01.23 |
아랫도리-문성해 (0) | 2019.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