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言情談

석남꽃(만병초)

푸른하늘sky 2018. 7. 26. 15:17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41XXX5800114




 

석남꽃 /서정주


머리에 석남(石南)꽃을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

나 죽는 바람에
네가 놀래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나도 깨어나서

한 서른 해만 더 살아 볼꺼나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서른 해만 더 한번 살아 볼꺼나






위 시가 나온 유래는

우리나라 옛 설화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






신라사람 최항(崔伉)은 자가 석남(石南)인데

애인이 있었지만 그의 부모가 금해서 만나지 못하다가 몇달 만에 그만 덜컥 죽어 버렸다.


그런데 죽은 지 여드레만의 한밤중에 항은 문득 그의 애인 집에 나타났고,

그 여자는 그가 죽은 뒤인 줄도 모르고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맞이해 들였다.
 

 항은 그 머리에 석남꽃 가지를 꽂고 있었는데, 그걸 나누어서 그 여자한테 주며,

"내 아버지 어머니가 너하고 같이 살아도 좋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래 둘이는 항의 집까지 함께 가서

항은 잠긴 대문을 보고 혼자 먼저 담장을 넘어 들어갔는데

밤이 새어 아침이 되어도 왠일인지 영 다시 나오질 않았다.  

 

아침에 항의 집 하인이 밖에 나왔다가 홀로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왜 오셨소?"하고 물었고

여자가 항과 같이 왔던 이야기를 하니,

하인은, "그분 세상 떠난 건 벌써 여드레나 되었는데요. 오늘이 묻을 날입니다. 같이 오시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했다.
  
 

 여자는 항이 나누어 주어 자기 머리에도 꽂고 있었던 석남꽃 가지를 가리키며,

"그 분도 이걸 머리에 틀림없이 꽂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래, 그런가 안 그런가 어디 보자고 항의 집 식구들이 두루 알고 따지게 되어,

죽은 항이 담긴 관을 열고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항의 시체의 머리에는 석남꽃 가지가 꽂혀 있었고,

옷도 금시 밤 풀섶을 거쳐 온 듯 촉촉히 젖은 그대로였고, 벗겼던 신발도 다시 차려 신고 있었다.
  
 

여자는 항이 죽었던 걸 알고 울다가 너무 기가 막혀 금시 숨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 기막혀 숨 넘어가려는 바람에 항은 깜짝 놀라 되살아났다.

그래 둘이 함께 서른 핸가를 같이 살아 늙다가 갔다. 


'淸言情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사, 소박한 제주꽃 사랑 한시로 승화시키다  (0) 2018.11.15
혼자 가는 먼 집  (0) 2018.11.11
유서석록(遊瑞石錄)   (0) 2018.05.24
코이의 법칙   (0) 2018.05.07
明月梅花 - 阮堂 金正喜  (0) 20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