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作 ‘고요’
행간의 고요 - 최서진
당신 신발에 내 발을 넣어 보는 일
그만큼의 고요를 생각한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은 페이지를 슬쩍 넘기는 것처럼 쉽다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바위가 조금씩
당신 쪽으로 기우는 일을
나는 또 고요라 부르는 것이다
명료한 슬픔을 가진 자세로 어두워져 가는 저녁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너에게 가던 구름이
붉다
물집 잡힌 뒤꿈치처럼 부르튼 마음이
따라서 붉다
어깨동무도 없이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허공은 사라지는 시간에 겸손해지는 깊이를 가진다
문득 뒤돌아보면, 쓱쓱 지워지고 나는
여기는 어딜까
당신의 고요가 내 고요를 신고 걸어간다
Nicolas Jeandot / Matin C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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