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遠益淸

叢石亭 - 謙齋 鄭敾 外

푸른하늘sky 2018. 1. 23. 23:06

1)정선, <총석정>, 종이에 수묵, 28.3×45cm, 개인 소장

:총석정을 그린 네 작가의 작품을 살펴 보면, 작가의 개성이 어떻게 다른 지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 통천에 있는 총석정은 여러 개의 돌기둥이 바다에 솟아 있는 듯이 멋있어서 예로부터 여러 작가의 눈을 사로 잡았다. 정선(1676-1759)은 일체의 색을 쓰지 않은 채 오로지 수묵만으로 숱덩어리같은 바윗 다발과 나무와 파도를 그렸다. 붓질 몇 번만으로 크게 물결치는 파도를 그린 정선의 작품과 김홍도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두 사람의 개성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2)김홍도, <총석정>, 1795년, 종이에 담채, 23.2×27.3cm, 개인 소장

:김홍도(1745-1806 이후)가 그린 <총석정>은 정선에 비해 훨씬 시적이다. 정선이 남성적인 필치로 총석정의 ‘골기(骨氣)’를 표현하고자 했다면 김홍도는 총석정에 따뜻한 피가 돌 수 있도록 숨을 불어 넣었다. 먹의 농담 변화로 거리감을 표현하고 잔잔하게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 새 소리까지 들릴 듯한 김홍도의 작품은 마치 우리를 현장속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라. 바다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3)이인문, <총석정>, 종이에 담채, 33.8×27.3cm, 간송미술관

:총석정을 그린 그림 가운데 이 작품만큼 서정적이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 참신한 색과 필치는 김홍도와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독창적인 그림 세계를 견지했던 이인문(1745-1821)의 독창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만약 이인문이 김홍도에 주눅 들었더라면 우리는 이런 멋진 작품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힘을 내야겠다. 아무리 뛰어난 거장이 옆에 있다 해도 괘념치 말고 나는 오직 나만의 개성으로 붓을 들어야겠다.

 

4)이재관, <총석정>, 종이에 담채, 27.3×35.2cm, 서울대박물관

:이재관(1783-1837)은 네 작가 중에서 가장 얌전한 총석정을 그렸다. 정선이 영조시대를 대표한다면 김홍도와 이인문은 정조시대를 대표한다. 이런 거장들이 이미 높은 수준의 화업을 이루어놓은 상태에서 이재관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초상화에 도석인물화를 잘 그린 이재관은 결코 자신을 거장들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꼼꼼한 성격이 묻어나는 총석정을 그렸다. 세상에 정선이나 김홍도 같은 1등 화가들만 있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장미꽃과 백합 같은 특정한 꽃만 피어있는 정원과 같지 않을까? 우리 모두 이름없는 꽃이라해도 정원 한 구석을 채워서 봄을 알릴 수 있다면 아름답게 최선을 다해 꽃 봉우리를 피워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