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 문태준
오늘 풀뱀이 배를 스쳐 여린 풀잎을 눕힌 자리같이
거위가 울며 울며 우리로 되돌아가는 저 저녁의 깊이와 같이
거위를 따라 걷다 문득 뒤돌아볼 때 내가 좀 전에 서 있었던 곳까지
한 계절 전 눈보라 올 때 한 채의 상여가 산 밑까지 밀고 간 들길같이
그보다 더 오래 전, 죽은 지 사흘 된 숙부의 종아리가 장맛비처럼 아직 물렁물렁할 때
누구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거리 距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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