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꽃 /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들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매물도에서 쓴 엽서 (0) | 2017.12.29 |
|---|---|
| 꽃잎 지는 시간 / 문태준 (0) | 2017.12.29 |
| 얼레지/이정자 (0) | 2017.12.29 |
| 꽃씨를 거두며 / 도종환 (0) | 2017.12.29 |
| 어 머 니 / 공석진 (0) | 201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