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臥遊) / 안현미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
와유산수(臥遊山水)
"와유"는 원래 늙고 병들면 명산을 두루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노년에 "누워서 보기 위해" 유람했던 곳을 모두 그림으로 그려 방에 걸어뒀다는
"송사" `종병전`에 나오는 종병의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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