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당신 / 유 하

푸른하늘sky 2017. 12. 25. 00:19




당신 / 유 하


오늘밤 나는 비 맞는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다가,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게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저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을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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