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불선여정(不宣餘情)/정끝별

푸른하늘sky 2017. 12. 19. 20:47

 

불선여정(不宣餘情)/정끝별


쓸 말은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편지 말미에 덧붙이는 다 오르지 못한 남은 계단이라 하였습니다

꿈에 돋는 소름 같고 입 속에 돋는 혓바늘 같고 물낯에 돋는 눈빛같이 미처 다스리지 못한 파문이라 하였습니다

나비의 두 날개를 하나로 접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안아 겹이라든가 그늘을 새기고 아침마다 다른 빛깔을 펼쳐내던 두 날개, 다 펄럭였다면 눈멀고 숨 멎어 가라앉은 돌이 되었을 거라 하였습니다

불쑥 끼어든 샛길들목에서 저무는 점방(店房)처럼 남겨지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봉인된 이후로도 노을을 노을이게 하고 어둠을

어둠이게 하며 하염총총(何念悤悤) 하염총총 저리 수북한 바람을 때맞춰 때늦은 바람이게 하는 지평선의 목메임이라 하였습니다

때가 깊고 숨이 깊고 정이 깊습니다 밤새 낙엽이 받아낸 아침서리가 소금처럼 와 앉았습니다.

갈바람도 갈앉아

불선여정 불선여정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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