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일(春日) / 윤제림
버스에 책가방을 흘렸네
침 흘리며 졸다가
차창에 이마를 받으며
졸다가
연필을 잃고 공책도 잃었네
꼭 그 사람 짝이로세
십리에 복사꽃 만발하여 춘홍 겹던 날.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백구白鷗더러 웃지 말라던 노인
있잖은가, 옛시조에 나오는!
어이 사람뿐이리,
산들바람에 놀라 깬 수양버들만 잠깐씩
머리채를 흔들 뿐
개구리도 뱀 앞에서 졸고
뱀은 아예
눈도 못 뜨리, 오늘 같은 날은
이런 날엘랑은
내 증조할머니 덕수 이씨
열아홉 살 옥이도
어디선가
졸고 앉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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