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여승(女僧) - 백석

푸른하늘sky 2017. 12. 17. 18:41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리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 취나물은 쌉쌉하고 담백한 맛과 향을 가진 산나물. 

금점판 : 예전에, 주로 수공업적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조선 때, 호조나 공조에 딸려 금광(金鑛)의 세금을 거두던 관청

섶벌 : 토종벌을 이르는 말. 토종벌 중에서도 꿀을 모우기 위해 주로 나가다니는 '일벌'을 가리킴.

머리오리 : 머리카락의 순우리말.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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