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가을이 왔다 / 공광규

푸른하늘sky 2017. 12. 17. 12:28

 
가을이 왔다 / 공광규

메뚜기가 해를 이고 왔다
귀뚜라미가 악기를 지고 왔다
여치가 달을 안고 왔다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으며 왔다

가을을 이고 지고 안고 오느라
메뚜기와 귀뚜라미와 여치는 뒷다리가 길어졌다
방아 찧으며 오느라
방아깨비는 뒷다리가 길어졌다

가을이 왔다
이슬을 굴려 악기를 싣고 왔다
풀잎 나뭇잎에 단풍들이며 왔다
꽃 진 자리에 열매를 앉히느라 다리가 길어졌다

가을이 뛰어왔다
논과 밭과 과수원과 감나무를 밟고 왔다
이고 지고 안고 찧고 까불며 오느라
뒷다리가 가을밤만큼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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