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대롱 같은 햇살 쏟아지는
한낮에 차를 마신다
그대의 파아란 창공을 마신다
차는
그리움의 갈증을 채워 주는
안개꽃 같은 주술이다
세상맛을 안 만큼 안 사람은
제 모습을 정원의 나무 한 그루로
가로 누워 있는 바위로
만개한 꽃으로 웃으며 사랑을 맞이한다 하고
그로 하여금 자기 향기를 짐승처럼 킁킁 맡게 하면서
야생초 같은 그의 체취를 귀로 듣는다고 하여
나 그렇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더니,
아, 그대 마음이 첫물 딴 차 향으로 내게 왔네.
머물만큼 머물렀으므로 이제
버리고 흘러 가는가 했는데,
모든 흘러 가는 것들은 미리 그러할 기미를 보인다 하여
오지 않고 침묵하는 마음이 그것인가 했는데
그대의 창공 같은 체취를 눈 감은채 마신다
그대와 나
무지개 바퀴살 함께 타고 그곳에 이르려고.
-한승원의 차 한잔의 깨달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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