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감지(柑紙)의 사랑 - 정일근

푸른하늘sky 2015. 8. 2. 09:46


 
감지(柑紙)의 사랑 / 정일근

비단 오백 년 종이 천 년을 증명하듯
우리 한지에 쪽물을 들인 감지(柑紙)는 천 년을 견딘다는데
그 종이 위에 금니은니로 우리 사랑의 시(詩)를 남긴다면
눈 맑은 사람아
그대 천 년 뒤에도 이 사랑 기억할 것인가
감지에 남긴 내 마음이 열어주는 길을 따라
경주 남산 돌 속에 잠든 나를 깨우러 올 것인가
풍화하는 산정 억새들이 여윈 잠을 자는 가을날
통도사 서운암 성파(性坡) 스님의 감지 한 장 얻어
그리운 이름 석 자 금오산 아래 묻으면
남산 돌부처 몰래 그대를 사랑한 죄가
내 죽어 받을 사랑의 형벌이 두렵지 않네
종이가 천 년을 간다는데
사람의 사랑이 그 세월 견디지 못하랴
돌 속에 잠겨 내 그대 한 천 년 기다리지 못하랴.

 

 

 

 

 

 

 

 


성곡 / 김응서 대금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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