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운주사 와불 한 쌍 / 장근배

푸른하늘sky 2020. 11. 26. 09:30


운주사 와불 한 쌍 / 장근배

 

가을 꼬리 넘어 나뭇가지는 깨벗어

미륵불 옆에 누워 몸이나 덥히려고

영구산(靈龜山) 운주사(雲住寺) 갔더니

 

거대한 방주(方舟) 한 척 높이 올라있고

갑판에 미륵불 두 분 다정히 누워계시는데

반개(半開)한 눈이 솔찬히 섹시하더라

 

하룻밤에 천 불 천 탑 세우려던 불사는

첫닭 울었다는 누군가의 거짓말에

석공들 도망가 일어나지 못했다는데

 

미륵불도 중생들이나 한 가지여서

남녀 한 쌍으로 꽉 붙어계시더라

 

예쁘장한 각시불은 젊은 여성이라서

돌마다 도는 피가 얼마나 더운 지

눈(雪) 내리는 족족 사르르 녹는다더라

 

별똥별 한 곳으로 내려 박히는 곳이

운주사(雲住寺) 각시불의 자궁이라서

무수한 자식 낳아 하늘에 키운다는데

 

씨 없는 서방불은 그래도 좋아서

각시불 옆에 누워 봉긋한 배 부둥켜안고

오메 좋은 거, 이쁜 내 각시 하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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