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와불 한 쌍 / 장근배
가을 꼬리 넘어 나뭇가지는 깨벗어
미륵불 옆에 누워 몸이나 덥히려고
영구산(靈龜山) 운주사(雲住寺) 갔더니
거대한 방주(方舟) 한 척 높이 올라있고
갑판에 미륵불 두 분 다정히 누워계시는데
반개(半開)한 눈이 솔찬히 섹시하더라
하룻밤에 천 불 천 탑 세우려던 불사는
첫닭 울었다는 누군가의 거짓말에
석공들 도망가 일어나지 못했다는데
미륵불도 중생들이나 한 가지여서
남녀 한 쌍으로 꽉 붙어계시더라
예쁘장한 각시불은 젊은 여성이라서
돌마다 도는 피가 얼마나 더운 지
눈(雪) 내리는 족족 사르르 녹는다더라
별똥별 한 곳으로 내려 박히는 곳이
운주사(雲住寺) 각시불의 자궁이라서
무수한 자식 낳아 하늘에 키운다는데
씨 없는 서방불은 그래도 좋아서
각시불 옆에 누워 봉긋한 배 부둥켜안고
오메 좋은 거, 이쁜 내 각시 하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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